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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목록
Busan Novelists' Association

20회(2015년) 이정임

수상작 : 허공의 K
               심사위원 : 조갑상(소설가), 함정임(소설가)

 1,2차 예심 과정을 통해 본심 대상작 4편(김가경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 이병순 <인질>외 3편, 안지숙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 이정임 <허공의 케이>)을 선정했다. 선별 기준은 작품의 주제의식과 새로움에 두었다. 주제의식은 사회적인 맥락에, 새로움은 작가 고유의 문체와 기법적인 고안, 그리고 그것의 미적 실현에 두었다. 한 해 동안 부산의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니, 한 상 푸짐하게 차려놓은 듯 풍요로운 반면, 아쉽게도, 심사 기준에 부합하는 수작은 눈에 띠지 않았다. 본심에 오른 네 편 중,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이 집중력 있게 관철된 가운데 서사 미학을 창출하기 위한 형식적 시도가 발현된 작품으로 이정임의 <허공의 케이>를 심사자의 의견 일치로 뽑았다.

 본심에 오른 4편에 대한 단평은 다음과 같다. 김가경의 <몰리모를 부는 화요일>은 문장을 안정적으로 구사하고 있지만, 단락 단위에서 에피소드의 이행이 매끄럽지 않고, 전체적인 서사의 흐름이 산만했다. 결과적으로 주제의식이 모호한 점이 아쉬웠다. 이병순의 <인질>은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 서사를 이끌었으나, 소재를 선별하는 안목에 그치고 주제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안지숙의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은 문장도 단락 이행도 군더더기 없이 진행되었고, 서사의 호흡도 적절했다. 그러나 결말이 너무 안정적으로 진행되면서, 주제 관철력 이외의 새로운 의미(시도)를 찾을 수 없었다.

 이정임의 <허공의 케이>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인의 심층에 스며있는 트라우마와 애도의 정서를 몇 가지 의미심장한 상징을 통해 조율해나간 점이 주목되었다. 문어체로 녹아들지 못한 작가의 습관적인 어투가 노출되기도 했으나, 연령대가 다른 다수의 케이가 등장하는 인물의 호명 방식과 서사의 중심 공간인 대중목욕탕의 증기와 물의 상징성, 그리고 과하지 않게 제시된 환상의 영역(메머드) 등이 2010년대 한국 소설의 흐름 속에 나름의 신선한 성취로 평가되었다. 이정임의 <허공의 케이>를 ‘2015 부산 소설문학상’ 작품으로 선정하면서 부산 소설 현장의 새로운 에너지와 도전을 기대한다.

19회(2014년) 박명호

수상작 : 비(碑)
               심사위원: 김중하(평론가), 황국명(평론가)

 지역문학이 맺는 관계의 총화로써 한국문학사나 한국소설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면, 그 근거는 바로 지역문학이 거둔 성과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역의 작가들이 이룬 문학적 토대 위에서 한국문학사를 성찰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부산지역의 작가들이 보여준 최근의 성취들은 이런 기대에 터무니가 있음을 입증한다. 근년에 들어 지역의 소설가들이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는 문단적 사회적 인정뿐 아니라, 역사의 종언을 앞세운 ‘주류’문학사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도 그런 기대를 뒷받침한다.

 이번 소설문학상 심사는 소설작단의 유행이 아니라 소설(가)의 진면목이 드러난 작품들을 주목했고, 그 결과 박명호의 「비(碑)」를 올해의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소설가 박명호는 일상의 사소한 세부에 잠복된 삶의 심대한 기미(幾微)를 개성적인 수법으로 형상화해 온 작가이다. 수상작 「비(碑)」도 한 집안의 이력을 둘러싼 내홍에 역사라는 미완의 장강(長江)에 대한 통찰을 숨겨둔 수작이라 할 만하다. 더구나 역사적 사실과 그 해석이라는 문제, 역사와 소설의 이동점(異同点), 자기부정을 추구하는 소설의 운명 등에 ‘소설가’의 명운을 걸었으니, 실로 이번 작품에 스며든 작가의식의 기운이 엄장하다고 할 터이다.

 수정주의 역사에 대한 비판이 확연하되 작가의식이 특정한 가치나 신념을 독자에게 강박하지 않는다는 점, 소설적 사건보다 인물들의 담화가 주축을 이룬다는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상을 살아내었을 사람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는다는 점도 박명호의 「비(碑)」를 수상작으로 결정하는 데 큰 요인이 되었다. 수상을 축하하며 그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18회(2013년) 정 인

수상작 : 만남의 방식
               심사위원 : 이규정(소설가), 황국명(평론가)

 소설문학의 위축이나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부산의 소설작단이 이룬 성과로 말하면,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은 올해 부산소설문학상 심사에서도 빈틈없이 확인된다. 부산작가들의 작품세계는 매우 다채롭다. 이는 작가들의 시선이 삶의 거시적 배경과 미시적인 영역에 두루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 부산의 작가들은 다양하고 실험적인 서술방식으로 형상화라는 미적 과제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불모의 현실에 대해 살아있는 작가정신으로 육박한다. 위선․권력․폭력․일상의 남루․욕망․상처․소통 등을 소설의 화두로 삼고 있음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니 시장에서의 분배 규모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면, 부산소설가들이 제출한 결과에 대해 한국문단이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지 싶다.

 이십여 편에 이르는 작품 모두 나름대로의 개성과 수준을 갖추고 있지만, 심사위원들은 정인의 <만남의 방식>을 제18회 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는 데 전적으로 합치하였다. 이와 같은 결정의 근거는 <만남의 방식>이 민족사와 일상적 삶의 차원을 정교하게 결합할 뿐 아니라, 이산․이주․다문화 등과 관련된 우리 시대의 인간학적 과제, 곧 ‘만남의 방식’을 새로운 시각으로 형상화한 점에 있다.

 표면적으로 이 작품은 사촌간의 만남이라는 형태를 취하지만, 이들의 만남 이면에 민족 혹은 형제의 이산이라는 쓰린 역사가 작동한다. 조총련에 몸담았던 백부에게 고국이나 고향이 언젠가 돌아가야 할 장소였지만, 일본이름을 지니고 일본인으로 살고 있는 그의 아들은 기원의 관념에 속박되지 않는다. 그에게 핏줄, 고향의 음식, 지리적 기원은 운명이 아닌 것이다. 이 지점에서 <만남의 방식>은 한국어로 소통할 수 없는 사촌과 일본어를 이해할 수 없는 사촌이 어떤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물음은 독자에게 타인과의 만남, 민족이나 모국어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청한 것과 같다. 예를 들어, 언어는 소통의 도구일 뿐인지, 아니면 운명공동체로서의 민족을 기억하는 것인지 자문해 보라는 것이다. <만남의 방식>은 어느 쪽의 극단도 경계하는 듯하다. 왜냐하면 백부의 수구초심에 깊이 공감하면서 동시에 일본인으로 살겠다는 사촌의 선택도 허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뛰어난 균형감각은 작가 정인이 이주노동자나 결혼이주여성에게 가졌던 기왕의 소설적 관심을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수상자에게 축하를 드린다.

17회(2012년) 황은덕

수상작 : 엄마들
               심사위원 : 유익서(소설가), 구모룡(문학평론가)

 부산소설문학상은 지역작가들이 제출한 한 해 동안의 작품 가운데 우수한 사례를 찾아내어 지역문학의 활성화를 이끌려는 목적을 지닌다. 심사위원들은 이처럼 고귀한 목적에 부합하는 한 편의 작품을 고르기 위해 30여 편의 소설을 세심하게 읽었다.

 안정된 정공법으로 서술된 작품에서 강한 실험의식을 드러내어 다소 난해해진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술양식과 만나는 즐거움을 모처럼 누렸다. 특히 신인들의 활발한 글쓰기가 주목되었다.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오랜 습작의 과정이 배어나는 안정적인 서사가 도드라졌다. 배길남의 「램프 불 옆 에드워드」가 전자라면 이병순의 「놋그릇」이 후자에 속한다. 이미욱의 「사막의 물고기」가 보여주는 그로테스크 판타지도 공들여 쓴 작품이다. 그럼에도 이들 작품들이 지니는 서술의 편향이 아직 신뢰할만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 이병순은 안정적이지만 도전의식이 약하고 이미욱과 배길남은 도전적이지만 다소 불안정하다. 서술의 밀도 문제는 허택의 「퍼플카드」와 정광모의 「밤, 마주치다」 등에서도 지적되었다. 허택 소설의 주제의식은 높이 평가되었지만 그것을 떠받치는 서술이 촘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반면 정광모의 소설은 순조로운 전개에 비하여 주제의식이 약했다. 그런데 서진의 「우포식당」은 작가의 서술능력을 알게 하는 작품이다. 일상적인 삶을 평이하게 서술하면서 그 속에 내재한 가치를 암시하려 했다.

 여전히 부산은 여성작가들이 강세다. 그런데 지난 한해 여성작가들의 지체가 뚜렷하다. 정인, 나여경, 황은덕 등이 목록을 추가하고 있었다. 이들의 작품 가운데 주제의식과 서술의 양면에서 비교적 균형을 얻은 작품이 황은덕의 「엄마들」이다. 「엄마들」은 제재의 특이성이 지닌 무게를 서술의 힘으로 잘 이겨낸 작품이다. 특히 극화된 화자-주인공이 적정한 미적 거리를 담보함으로써 성공적인 서술을 이끈 것이다. 과도한 고백이나 폭로도 아니며 사실의 과장도 아니라는 점에 「엄마들」의 미덕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미덕을 높이 사 “제1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심사를 마치면서 부산 소설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심사위원들의 입장을 덧붙이고자 한다. 이를 위한 소모임이나 창작 방법론 세미나와 독서토론회 등을 열어줄 것을 당부한다. 매체에 의존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함께 모여 작품을 놓고 토론하는 장이 많이 열릴 때 모두 상생하는 과정이 만들어질 것이라 믿는다. 거듭 수상자를 축하하며 수상의 반열에 올랐지만 선정되지 못한 작가들에게 큰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16회(2011년) 고금란

수상작 : 소 키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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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회(2010년) 조명숙

수상작 : 조용조용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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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2009년) 유연희

수상작 : 젓가락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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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2008년) 박영애

수상작 : 네 사람이 누운 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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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2007년) 문성수

수상작 : 탑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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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2006년) 김일지

수상작 : 풍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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