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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지 소설가 등단작(동서문학,198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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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4-05-12 17:38 조회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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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 선배와 초록의 만남>에서 선배님들의 등단작 낭송 행사가 있었습니다. 낭독 문장은 본인들이 직접 발췌하셨습니다.

 

[김일지]

어둠사설

 

울적한 기분으로 사람이 다 내린 버스에 앉아 그는 벌판에서 불빛 속에 피는 꽃들을 생각하였다. 불빛과 햇빛을 구별하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길이 들여져 피기를 강요당하는 꽃들. 차에서 내려 축축한 밤기운에 몸을 맡기고 걸어가며 그는 또 다시 문장을 생각했다.

"싸워야 해."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말하고 나서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버스 종점에 내린 사람들은 제각기 바쁜 걸음으로 사라져가고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침몰하지 않기 위하여 싸웠다. 잠과 어둠에 대항하여 싸웠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에 대항하여 싸웠다.'

그런 문구가 떠올랐다. 그러노라면 무엇인가 나타날 것이다. 무엇인가 희망 같은 것이.

그는 잰걸음으로 시냇가를 따라 난 어두운 길을 걸어 올라갔다. 이제는 늙어 거동조차 못하는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는 집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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