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제28회부산소설문학상수상작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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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3-11-18 09:26 조회1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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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제28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은
임회숙작가의 「꽃비가 흩날리던 때」(『오늘의 좋은소설』, 2022년 겨울호 63호)입니다.
축하드립니다.
2023년 제28회 부산소설문학상 심사평
부산소설문학상은 빼어난 작품을 쓴 지역 작가를 격려하고 창작의욕을 북돋우며, 지역소설이 도달한 뛰어난 성과를 독자들과 함께하기 위해 부산소설가협회가 제정한 상이라 하겠다. 우리 심사위원은 상의 제정 취지를 다시 확인하며 응모작을 세심하게 읽었고, 최종적으로 아래의 다섯 편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개진하였다.
강 미 작가의 <안녕, 작은 서지영>은 제목이 암시하듯 20세 전후의 젊은 여성 서아린이 엄마 혹은 가족이라는 통제로부터 탈주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엄마는 자신의 축소판으로 여겨 딸 서아린을 ‘작은 서지영’이라 하지만, 엄마를 ‘당신’이라 지칭하는 것처럼 엄마와 딸의 심리적 거리는 확연하다. 아타카마 사막의 눈 기둥처럼 자기하고만 관계하려는 서아린은 기성세대의 거의 모든 것을 냉소하고 비판한다. 지적 허영, 속물근성과 위선은 서아린의 도발적인 시선 앞에 헐벗긴 기성세대의 모습이다. 새로운 세상을 향해 폭주하는 엉뚱 발칙한 캐릭터 서아린을 창조해낸 작가의 서술방식이 새롭다.
어린 시절 새로운 곳으로 탈주하려는 꿈은 미성년의 특권이겠지만, 일찍 철들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라면 어떨까? 안지숙 작가의 <영옥이>에서 영옥이가 직면한 현실이 그러하다.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영옥은 어린 시절부터 식모살이, 봉제공장, 호프집, 룸살롱, 일본인 상대 주점 등을 전전하며 모질고 냉정한 세상을 씩씩하게 횡단한다. 빨리 어른이 되어 돈을 벌겠다는 현실적인 소망 때문에 때로는 손님과 외박을 나가기도 하였지만, 영옥은 선을 지키며 가족을 건사하고 자신의 삶을 살았다. 고통스러운 삶을 의연히 견뎌낸 영옥을 두고 서술자의 시선은 위선과 위악을 능청스럽게 넘나들며 독자를 뭉클하게 만든다.
과거 서술자의 집에 기숙할 때 영옥은 한식구처럼 음식을 나누어 먹곤하였다. 고아와 다름없던 영옥은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은 언제나 우리의 바람벽이 되는 것인가? 오선영 작가의 <임시보호자>는 가족이라는 끈의 허약함 혹은 새로운 유형의 가족을 생각하게 만든다. 서술자 나는 지역커뮤니티를 통해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권서영을 알게 된다. 서영의 과도한 친절이 부담스럽던 서술자는 그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시신 인수를 포기한다. 그러나 서영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녀의 어린 아들 현우가 내미는 외로운 손길을 뿌리치지 못한다. 아이의 울음에 온몸으로 감응하는 서술자의 점진적인 변화가 소설읽기의 기쁨을 배가시킨다.
부부간의 불화, 폭력적인 가장을 소재로 삼은 이야기는 드물지 않지만, 강연화 작가의 <구름이 되어 다시>는 여성들 사이의 소통과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인간관계의 사막화를 그려낸다. 달리 전화할 곳이 없어 개를 키우고, 사랑을 믿지만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여성들은 외롭고 재미없는 일상 속에서 서로를 향해 절박한 구조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끊임없는 전화에 넌더리를 내며 점차 소원해지고 마음의 균열은 깊어진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다가가지만 결국 서로를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과정을 가슴 먹먹하게 살려내었다.
그렇다면 쓸쓸하고 사나운 세상에서 우리의 삶을 데우는 것은 무엇인가? 임회숙 작가의 <꽃비가 흩날리던 때>가 하나의 응답이 될 수 있겠다. 꽃시장에서 추념/기념 문구를 쓰며 노년을 보내는 서술자는 운동권 대학생 김성주와 펜팔을 한 제주처녀 김선희의 사연을 회고한다. 잊히고 싶었던 성주의 이름으로 대필한 답장은 허위였지만, 선희의 진심과 열망을 우습게 만들지 않기 위해 서술자는 그 진실을 마음에 묻어두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선희는 요양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성주를 만나게 되고 서술자는 성주를 대신하여 선희가 살아온 내력을 듣는다.
이들의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은 무자비한 시간의 외형이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파괴하지는 못한다. 시절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꽃들이 있는 것처럼, 선희의 잊히지 않는 마음과 서술자의 삶에 내재하는 기억의 응결체는 시간의 폭력에 맞서 우리의 삶을 따듯하게 덥히는 것이라 할 만하다.
다섯 편의 작품 저마다 개성적인 목소리를 지니지만, 인생을 돌아보는 웅숭깊은 사유에 관주를 치고 임회숙 작가의 <꽃비가 흩날리던 때>를 2023년 제28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한다. 사족(士族)의 문자향(文字香)까지는 아니더라도, 세필에 먹을 묻혀 온몸의 기운을 다해 획을 긋는 서술자의 모습은 작가가 인물에게 어울리는 향과 빛깔을 성공적으로 부여한 성과라 하겠다. 또 가로등 불빛에 잠긴 벚꽃나무, 밤의 감천 골목과 항구의 불빛 등이 잘 어우러져 빚어진 몽환적인 분위기도 독자의 마음에 온기를 더하는 데 일조한다.
나머지 네 분 작가의 작품을 우수작으로 추천한다. 이들 작품이 부산소설의 아름다운 반석을 이룰 것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수작과 수상작의 작가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평론가 황국명, 소설가 박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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