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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크로스로드 CROSSR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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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8-22 21:57 조회4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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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로드 CROSSRODS

조너슨 프랜즌
은행나무 860P
2021년 초판 1쇄


800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때의 시각은 토요일을 지나 일요일 새벽 2시였다. 이 책이 왜 이렇게 잠 못 이루게 하는지 궁금해 책의 앞 뒷면을 다시 보았다. <아마존 베스트셀러 이달의 책> <가디언 선정 오늘의 책> <옵저버 선정 금주의 책>. 나 외에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구나 하는 동질감으로 시간을 잊은 채, 책을 계속 읽어 나갔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하나만 소개하자. 워싱턴 포스트의 서평 "가족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관심과 눈부신 문체, 환원할 수 없는 복잡성에 대한 짜릿한 묘사로 작가의 현저한 진화를 보여준다.주홍글씨를 쓴 21세기의 나다니엘 호손이다."

시카코 교외의 마을에 살고 있는 부목사의 가족사다. 월남전에 참전하고자 대학을 중퇴한 장남, 고교 치어리더걸 회장인 미모의 딸, 천재적 두뇌를 가진 16살 짜리 아들이 마약쟁이가 되는 과정, 9살 막내의 우울한 시선, 젊은 이혼녀를 넘보는 아버지, 옛 애인을 만나러 가느라 체중을 16키로나 감량하는 엄마. 붕괴 직전의 현대 가족을 그린 장엄한 초상이다. 다층적이고 실감나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는 작가의 능력이 탁월하다.인종차별, 마약문제, 빈곤, 자기연민, 자책감, 불안, 애욕 등의 심리를 탐구하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이슈가 보편적인 시선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나는 지금 이후 어느 시기에 죽더라도 불만없이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이런 책을 만나면 좀 더 오래 살아서 감동적인 책을 더 읽고 싶은 갈망에 허덕인다. 내 욕심이 과한가? 내가 죽음에 이르렀을 때 신이 동전 하나를 던져준다. 앞면이 나오면 70명의 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고, 뒷면이 나오면 서고에 수십만 권의 책이 쌓여 있을 뿐이다. 당신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은가? 나는 후자다. 활자 중독자는 성적 중독자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게 도덕적이든, 아니든.

책의 마지막 장을 닫으면, 900여 페이지 분량은 이 책이 주는 감동으로는 너무 짧은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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