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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 제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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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8-19 02:03 조회41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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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열린책들 331P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며 볼로냐대학 교수인 움베르토 에코는 천재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이름 난 지성인이다. 그가 처음 쓴 <장미의 이름>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그후 에코는 <푸코의 진자>를 썼다.

에코는 2016년에 췌장암으로 사망하는데, 죽기 일 년 전에 마지막으로 펴낸 소설이 <제0호>다. 에코는 일곱편의 소설을 써냈는데, 치밀하게 전략을 짜듯 소설마다 문체가 다르다.

이 소설은 에코의 작품 중에 그의 현란한 학식을 뽐내지 않은 유일한 작품으로 읽기 편하다. 소설을 줄판하기까지 대개 6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푸코의 진자>는 8년이 걸렸다는데, 이 소설은 1년 만에 집필을 끝냈다고 한다.

내용은 저널리즘에 관한 소설이다.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들의 모험담이 아니라 익살스럽고 풍자가 가득한 허풍스런 기자들의 이야기다.

소설의 제목처럼 신문은 1호도 나오지 못한 채, 기자들은 부지런히 편집회의를 하지만 여전히 신문은 발행되지 않는 제0호다. 무솔리니의 최후에 대한 편집회의에서, 가짜 무솔리니가 나온다. 닮아서 대역이 된 가짜는 잘 먹고 높은 보수를 받지만 마지막 대역으로 국경을 넘다 잡혀 총살당한 후 시체가 되어 광장에 버려지기도 한다.

췌장암으로 곧 죽을 것이라고 알고 쓴 탓인지 풍자 뒤에 감추어진 쓸쓸함이 스며있다. 신문이 나오지 않으리라고 알고 있는 주필은 대필로 쓴 비밀의 책 한 권을 간직하고 있다.

왜 이런 엉터리 신문 만들기 쇼를 하는가? 물주인 사장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대단한 작업인양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가짜 놀음이다.
에코의 현학적인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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