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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금주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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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8-11 01:33 조회4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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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금주 다이어리ㆍ

클레어 폴리
복복서가 469P


런던의 중류사회에 살고 있는 46살 아줌마의 금주 고군분투기다. 그 나이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완전한 데자뷰다.

저자는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에 들어가 30세에 일약 임원으로 발탁된 초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런 인재가 알코올 중독에 걸려 우울한 세월을 의미 없이 보내지만, 금주를 마음먹고 끈질긴 사투 끝에 결국 성공한다.

광고회사는 직업상 접대도 많고, 회사 내에서도 작은 바를 만들어두고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게 하여 창의적인 생각을 우러나오게 만든다. 임원이 된 그녀는 회사에 많은 공헌을 하지만 어린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사직한다. 알코올 의존증이란 끔찍한 중독을 안고서.

퇴직 후 아이를 키우면서 와인을 마시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해방감으로  와인 한잔을 마시지만, 나중에는 큰 글라스로 마시기 시작해 남편이 퇴근할 무렵에는 한 병을 마시고, 저녁식사 때 새 병을 따서 남편과 함께 마신다. 아이들을 일찍 재우고 남편이 침실로 간 후에도 계속 와인을 마신다.

술도 싸구려가 아니라 25불 정도의 중고가다. 아침에 일어나면 지독한 숙취에 시달려 뇌가 핀볼게임처럼 두개골 양쪽 모서리에 부딪히고, 휘몰아치는 구역질의 파도 속에 진땀을 흘리며 조리대를 꽉 붙잡고 허덕인다. 술값만 매월 1천불이 넘는다.

그녀 나이 때의 나를 보는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신경외과를 하면서 매일매일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모가지가 묶여 꼼짝도 못했다. 지치고 지친 어느 주말 중환자 보호자한테, 그리고 응급실에 나는 마산 본가에 가니 연락이 안된다고 통보했다. 물론 견디지 못해 한 거짓말 꼼수다. 휴대폰도 삐삐도 없을 때였다. 당직의사와 간호사한테 몇 차례 주의사항을 일러두고 나는 무인도로 떠나듯 병원을 탈출했다. 그리고 곧장 술집으로 갔다.

1차는 신촌이다. 같이 근무하던 박영동 선생과 동행이다. 박선생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산부인과 전문의를 했으니 그곳이 빠삭하다. 술이 취한 후 집에 오면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리고 혼수상태가 될 때까지 양주를 마셨다. 그 시절, 뇌 수술을 하고 나면 보호자들이 하나같이 양주를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갔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일어나면 악몽 중의 악몽이었다. 악마가 바쁘면 술을 대신 보낸다는 말 그대로다.

어느날, 박영동 선생이 술집에서 호기롭게 아가씨들한테 돈을 막 뿌리며 술을 마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학원 등록금이었다. 밀양 출신 사모님한테 박 선생이 찍소리 못하고 야단을 맞았는데, 곁에 있는 나하고 술 마셨다고 일러바치지 않은 걸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는지 모른다. 후에 박 선생은 여의도 순복음교회에 나가 술도 담배도 다 끊었지만.

하여간 이 책의 저자는 술은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주지만, 하늘을 빼앗는다는 진리를 터득해 금주에 성공하고, 매일 맑은 정신으로 금주 단체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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