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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방관시대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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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8-01 02:40 조회3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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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시대의 사람들

류전윈
항아리 478P
2019년


세계 여러 나라의 책을 읽으면서 의문이 들었다. 내 독서 목록에 중국 책은 왜 없지? 도서관에 일본책 번역본은 차고 넘치지만 중국책은 좀처럼 찾기 힘든 탓이다. 삼국지를 쓰고 수호지를 만든 나라가 아닌가. 그런 나라의 책이 없이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중국 전통 작가가 쓴 소설을 읽었다. 부조리한 유머로 가득 찬 매우 재미 있는 소설이다. 1958년생인 저자는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나 베이징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현재 중국 런민대 문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소설가이자 영화제작자, 연극인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 소설에는 신분이 다른 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무수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그 사건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서로 얽히며 뒤섞이다가 마지막 종착점에서 하나의 절묘한 표상 하나로 종결된다. 중국의 일반적 소시민들의 삶의 애환이나 고통들이 여실하게 드러나, 그들의 고단함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현재 빠른 속도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중국의 보통사람들의 일상적인 민낯을 정면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자는 절망스러운 상황을 적절한 언어를 사용해 읽는 독자들이 불편하지 않게 유머를 구사한다.

성공한 정부의 고위직 인사가 정부의 감사를 앞두고 위기에 처하자 지인의 안내로 현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현자가 사는 곳은 산 속이 아니라 시끄러운 저잣거리다. 은자는 산림에 은거하지 않아서 가짜라고 생각하는 고위직 공무원에게 현자가 하는 말. "도를 얻는 일은 장소와는 관계가 없다. 한 소쿠리의 밥에 물 한 표주박을 마시며 좁고 누추한 골목에 거하면서 보통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지만 공자의 제자 안회의 경우에는 그 즐거움이 바뀌지 않았다. 근심은 일상적인 이치지만 즐거움은 도를 얻는 상태다." 그리고 현자는 해답을 내놓는다. 빨강을 범했으니 빨강을 깨야 한다. 어떻게 빨강을 깨야 하느냐는 질문에 산간마을에 사는 처녀를 구해 그 처녀를 깨라는 답이 돌아왔다. 고위직 공무원은 시키는대로 하고 성장에 오른다. 대학 졸업 후 처음 헌장 공무원으로 출발해 간부에서 부시장으로, 상무부시장을 거처 시장으로, 시위원회 서기, 부성장, 상무부성장, 성장대리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치며 마침내 정상에 선 것이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많은 상대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상대가 양갓집 규수가 아닌지 한눈에 알아본다. 처녀행세를 하려면 먼저 양갓집 규수인 것처럼 행동과 차림을 바꿔야 한다. 16세부터 남녀관계를 경험한 21세의 시골 출신 여자는 교묘한 방법으로 상처없는 처녀가 되어, 10만위안을 들고 튄 사기꾼 대신 돈을 받아낸다. 억척스러움과 순진함이 뒤섞여 혼동상태인 지금의 중국처럼 소설의 곳곳에 희한하고도 별스런 사건들이 일어난다.

우선 재미 있다. 가까운 이웃, 중국을 알기 위해서라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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