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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더스티 블루, 카엘 탈라스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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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6-23 23:30 조회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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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더스티 블루, 카엘 탈라스의 진실ㆍ


제니페르 리사르
문학동네 295P.
2016년 초판



프랑스 주간지에서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주관한 프로그램에 판타지 문학 부문으로 당선된 작품이다.

스무 살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진탕 마시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온 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낯선 세계로 빠져든다. 그가 알고 있던 집은 다른 사람이 차지하고 이웃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다. 세계는 달라져 있고, 그의 이름과 신분도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져 있다. 거리는 담배꽁초 하나 없이 청결하고 사람들은 전철을 탈 때마다 인사를 나누며 모두가  미소를 띠고 친절하다. 

 

그러나 도시에는 섬뜩함이 도사리고 있다. 사회 전진부 요원들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으로 사람의 운명을 판가름한다. 행복해 하지 않는 사람들은 꿈꾸는 방으로 보내 죽음을 맞게 한다. 요원들과 총리가 지배하는 우울한 잿빛을 띤 시스템을 지닌 이 도시를 만든 이가 자신이라는 걸 알고 경악하지만, 모른 척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애를 쓴다.

수수께끼 같은 혼동 속에서 독자를 헤매게  만드는 독창적인 판타지다. 나는 이런 종류의 소설은 취약해서 줄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장르 소설이 갖는 특징을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부족하다. 현실과 환상,자아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기상천외한 판타지 소설을 누가 좋아할지 의심스럽다.

주인공은 신문을 읽으며 그동안 익숙했던 전염병이나 식중독, 묻지마 살인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뉴스는 전혀  없고 환상적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어쩌면 바보들이 모여 사는 사회 같다고 느낀다.

그가 현실로 맞닥뜨린  내뤼비란 곳은 지구상에 마지막 독립 공동체로 소개되어 있다. 사람들이 서로에게 진실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가족이라는 말의 의미가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성소처럼 보이지만 모든 사람들은 사회 전진부의 요원들에게 감시당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같지만 전혀 다르다. 남녀간의 결혼이라는 것도 개인의 자유에 반하는 것이라 기간을 정해놓고 동거계약서에 사인을 하며 그것도 마음대로 갱신할 수도 있다. 안락사 뿐만 아니라 자살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병원으로 가서 고통없이 죽음을 요구할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다.

네뤼비에서 고위직으로 살고 있는 그는 어느 날 협박 편지 하나를 받는다. 

"영광을 누리기 전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리라." 

간결하고 효율적인 글귀다. 협박장을 받은 그는 가차없이 죄어오는 괴물에 맞서 싸우는 기분이 들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다.

판타지 문학에 병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독자라면 읽어내기가 힘들 테니 아예 책장을 펼치지 마시기를!
 

다만 저자가  책 뒷장에 남긴 짧은 멘트 <작가의 역할은 창문을 여는 것이다. 작가는 창문을 열어줌으로써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고,독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는 이 책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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