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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그리너리 푸드-오늘도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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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6-21 00:59 조회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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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그리너리 푸드ㆍ오늘도 초록 


 한은영
새미콜론  194 P
2020년 1판 2쇄 


 오래전 내가 서울 살 때의 이야기다. 나이는 50대였고 두 편의 장편을 냈는데 신퉁찮았다. 세계사에서 낸 두번째 장편 '죽은 의사의 시대'는 출판사가 기대를 하고 신문광고를 제법 냈다. 동아일보에 난 광고를 보면서 책이 안 팔리면 어쩌지, 이제 사장 보기도 미안하겠구나 싶었는데, 책은 초판 5천부로 끝났다. 후에 사장을 만났는데 책을 많이 못 팔아줘 미안하다는 말까지 하길래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타올랐다. 선 인세도 받았는데 그런  말까지 하니 당혹스러웠다. 최선호 사장이다. 그 시절 소설도 쓰기 싫고 의사 일도 하기 싫어 궁리한 게, 이태리 요리학원에 들어가 정통요리를 배우겠다고 마음 먹었다. 소설도 버리고 의사직도 내동댕이쳐 버리고 달아나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결국 꿈은 좌절됐지만 요리를 만드는 TV나 책자를 자주 본다.

 이 책은 출판사 세미콜론에서 만든 음식 전문 서적으로, 작가들이 글을 써 재미가 있다. 저자 한은영은 조선일보 주말판에서  술을 주제로 칼럼을 쓰는 작가로 와인이나 칵테일에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진 술 애호가다.

 야채 위주의 음식 이야기를 하지만, 채식주의자의 식탁은 아니다. 밥상 위의 조연이 아닌 메인 메뉴가 되어 어떤 음식들과도 잘 어울리는 야채 요리에 관한 이야기다.

 베를린에서 캔에 들어 있는 '돌마데스'라는 포도잎 쌈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입술에 포도잎의 잎맥이 느껴지고 포도잎이 사람 손바닥 같다고 생각하고 입에 넣었다. 포도잎 쌈밥을  깨물자 안에 있는 쌀과 향신료, 올리브  오일과 레몬즙 같은 게 터지면서 포도잎과 섞이는 걸 저자는 천천히 음미한다.

 여의도에서 속을 끍어낸 박을 넣고 세발낙지를 끓여낸 연포탕, 프루스트가 거의 기벽이라 할 만큼 아스파라거스에 심취했던소설, 골뱅이에 올리브 기름을 넣어 맛을 배가시킨 요리, 바다장어 구이에 방앗잎을 싸서 먹는 경상도식 음식의 맛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술과 어울릴 음식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요리는 없고  오로지 초록색의 채소 음식만 다뤄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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