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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해장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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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6-09 23:32 조회3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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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해장 음식 ㆍ 


미깡
세미콜론 178P
2020년 3월 2쇄

 

 악마가 바쁘면 대신 보내는 게 술이라고 한다. 오늘 밤도 많은 이들이 그 악마와 만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숙취로 머리가 깨질듯 아파 금주를 선언할 테고. 그러다 퇴근 무렵 친구의 전화를 받으면 다시 술집을 찾아가겠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부근에는 편의점이 4개나 있고, 오꾸닭이란 유명한 술집이 있다. 오꾸닭이 닭을 팔지 않고 술집이라니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나 벽이 통유리로 된 그 집을 저녁에 지나다보면 8개쯤 되는 테이블이 만석이 되어 있다. 대개 젊은 남녀들이 술을 마시고 있으며 어떤이들은 골목쪽으로 들어와 담배를 피우기도 한다. 그들을 보며 젊었을 때의 나를 떠올리고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물론 지금의 나는 그집에 들어갈 연배는 아니다. 만약 억지로 들어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사방에서 쏟아지는 눈총을 견딜 재간이 없을 것이다. 나이 들면 내 돈 가지고 술 마실 공간마저도 박탈되니 슬프다. 밥 먹다 반주 정도는 가능하지만 본격적인 술집은 절대 환영받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다.

 글 쓴 이는 30대의 여자 웹툰작가다. 책의 표지에는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무절제한 과음으로 인한 숙취의 경험을 생생히 체험한 임상실험기다. 숙취와 해장 음식을, 그에 얽힌 추억들을 맛깔나게 적어 책을 읽는동안 술 생각이 간절해진다.

 국내 술꾼들이 콩나물 해장국을 찾는다면 독일인들은 청어절임, 이탈리아인은 에스프레소 두 잔, 폴란드인은 피클 국물, 중국인은 오이 계란탕을 먹는다.

 한국인은 설문조사에서 숙취 해소용 음식의 순위는 콩나물국, 짬뽕, 라면, 뼈해장국, 순대국의 순위였다. 내 경험으로는 어떤 음식도 효과가 없었고 오직 시간의 흐름에 맡길 뿐이었다.

 기원전 400년 무렵 고대 그리스인의 숙취해소 방법은 '개에 물리면 개의 털을 이용하듯 술은 다른 술로 해결하라'였다. 즉 해장술을 마시라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해장술의 효과를 과신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방법이라는 걸 평생 술을 마신 내 경험이 증명한다. 해장술은 두통이나 복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마취역할일 뿐이다.

 그래도 두주불사했던 젊은 그때가 그립다. 늙고 병들면 어떤 술이 달고 맛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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