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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문의 독서일기-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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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6-05 01:47 조회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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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ㆍ

조남주 외
큐큐 311P
2020년 초판 2쇄

오래 전에 태국을 여행할 때다. 단체 여행이었는데 낮에 관광코스를 돌아다니다가 저녁을 먹자마자 가이더는 관광객들을 호텔방안으로 몰아넣고 뺑소니 치기가 일쑤였는데, 그날은 태국의 야경을 구경한다고 밤 관광을 나섰다.

불빛이 휘황한 시내와 야시장을 구경한 후, 가이더가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외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한 어느 건물 계단이었다. 계단에는 나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층계 가득히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풀이 죽은 듯 어깨를 내리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자세였다.
가이더가 말했다. 지구에 사는 온갖 게이들이 찾는 성소라고 했다. 내 첫 느낌은 무서움이었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도 태국을 떠올리면, 황금사원이나 새벽 과일시장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듯한 계단 위의 게이 집단들이었다. 많은 돈을 들여 미국이나 유럽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곳까지 날아와 동성 파트너를 찾다니, 이해하기 전에 강한 거부와 모멸감이었다.

동성애자들을 다룬 퀴어 소설은 한국 현대소설에서 심심찮게 만난다. 그들이 쓴 소설의 내용도 뛰어나 문학상을 받기도 한다.

이 소설집은 아홉 편의 퀴어 소설이 실려있다.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는 이혼의 요정이라는 단편을 쓴 후, 작가노트에서 '내가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쓸 수 있을까. 써도 될까. 판단할 수 없었다. 쓸 수 있는 이야기를,쓸  수 있는 방식으로, 쓸 수 있는 데까지 썼다' 라고 했는데 매우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왜 모두들 항상 사람을 틀에 욱여넣고 못 나오게 하려고 하지? 난 나야. 그게 내 전부고 내가 되고 싶은 것도 그게 전부야. 내가 꼭 뭐가 되야 해?"
리타 메리 브라운의 (루비프루트 정글)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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