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도 소설가가 장편동화 '동굴의 비밀'(그림 이세윤, 도서출판 전망)을 펴냈다. 구영도 소설가는 지난해 부산 영도구 봉삼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을 지낸 것을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그는 1992년 동화작가로 등단했고, 이듬해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소설가가 됐다.
영도에서 교장선생님으로 일한 '소설가 영도 씨'가 영도를 무대로, 영도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장편동화를 썼는데, 1592년 임진왜란 때의 옛 영도와 2015년 현실의 영도를 아이들이 오가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이다. 그 비밀은 봉래산의 동굴에 있다.
소설가이고 동화작가이면서 초등학교에서 교육자로 오랜 세월 일한 작가는 요즘 아이들의 생활을 실감 나게 그리면서 매우 탄탄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 실감 나는 전개가 '시간여행'이라는 환상적인 요소와 만나자 이야기에는 한결 활력이 붙는다.
아빠는 절망했고, 엄마는 떠났고, 돼지농장은 망했는데, 낯선 학교로 전학까지 해서 심란한 시건은 축구경기에도 끼지 못한다. 그때 영도에 있는 여러 초등학교가 봉래산을 오르는 산악마라톤대회를 열기로 한다. 학교 대표로 마라톤에 참가한 시건 여주 남매와 친구 석태는 봉래산 중턱에서 낯선 동굴로 들어선다. 그곳은 1592년 음력 4월의 영도. 일본이 임진왜란을 일으켜 선발대 1만8700명을 부산으로 보낸 때였다.
나라가 운영하는 영도의 말 목장에서 말을 기르는 아이 말동을 만나면서 아이들은 옛날로 왔음을 알게 된다. 부산을 지키던 첨사 정발 장군이 거느린 우리 병사는 단 600명. 그리고 3000명에 이르는 조선 백성이 부산진성을 지키려 한다. 뒷날 일본 쪽 기록에 '7년 조선 전쟁에서 가장 힘든 전투가 부산진 전투였다'고 남았다는 부산진성 싸움의 현장을 아이들은 직접 보게 된다.
단순히 시간여행만 다루거나 역사현장을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다투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사랑을 배워가는 우리네 아이들과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국제신문 2015. 12. 21. 22면 기사 발췌 /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