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성과 개별성, 사회와 개인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에 찢긴 개인의 삶을 건져 올리다
무크지 2권 『꽃 중에 꽃』에는 사현금 동인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네 사람의 소설을 싣고 있으며, 여기에 문성수, 배길남 두 명의 객원필진 소설을 더해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김하기 작가의 「귀향」은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에 매몰된 한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문성수 작가의 「착각일수도」는 아집의 그물에 사로잡힌 여고 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동수 작가의 「비에이」는 아름답게 포장된 자신의 첫사랑 상대가 실은 먹먹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며, 박향 작가의 「반말」은 언어가 가진 기능을 지나치게 맹신하며 늘 높임말을 쓰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정인 작가의 「꽃 중에 꽃」은 아름다운 꽃으로 살고 싶었던 할머니와 상처 많은 한 여인을 지극히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배길남 작가의 「아버지가 가리킨 나라」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처절한 위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각 작품에는 시대의식이 짙게 묻어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를 명분 삼아, 사회는 개인에게 시대정신과 희생을 요구한다. 이에 맞서, 행복을 추구하는 개별 존재의 치열한 생존기가 시작된다. 이 파도는 비극적인 역사 사건일 수도 있고(「귀향」, 「비에이」) 사회가 만들어낸 개인일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삶은 곧 인간 내면의 사회성과 개별성의 치열한 다툼 그 자체다. 사회가 빚어낸 개인은 수십 년간 스스로 견고히 쌓아 올린 아집(「착각일수도」)의 형태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위선(「아버지가 가리킨 나라」)의 모습으로,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으며 자신의 기억을 미화하는 행위(「비에이」)로, 오로지 한 가지 믿음으로 삶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빈말」)으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각 이야기와 주인공, 내면 갈등은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국 개인이 맞서 싸우는 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회 권력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이다. 그럼에도 표제작 「꽃 중에 꽃」이 이야기하듯, 사회에 찢어진 개인을 보듬어주는 건 사랑이다. 비극의 역사가 제3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때, 시대적 아픔이 타인의 아픔을 넘어 개인의 아픔으로 다가올 때, 세상을 좀 더 밝게 만들 인류애(人類愛)의 진한 향기가 세상에 아름답게 퍼질 것이다. 그것이 사현금의 두 번째 동인 무크지가 전하는 주제이다.
출처: 출판사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