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설집에 이르기까지 허택 소설에서 심화되어온 주제는 신체적, 사회적 몸의 건강이다. 사회가 급진적인 발전을 이룩하면서 유명한 삶을 쫓게 된 수많은 무명한 이들의 몸이 허물어졌다. 성공한 여성으로서 아름답고 우아한 젊은 시절을 누렸던 「피가 흐림 후 맑음」의 ‘나’가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몰리고, 「습진이 만든 병」의 남자가 도둑질도, 얌체 짓도 가리지 않는 도덕적 파탄자가 된 것도 바로 그 유명의 욕망 때문이다.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상실한 몸의 마지막은 죽음일 수밖에 없다. 「허무, 끝」의 화자는 자신의 여자를 빼앗은 친구에게 복수를 하고, 아내를 겁탈하는 위악을 저질렀다. 원망이 쌓인 그의 몸과 마음은 균형을 잃었다. 어떤 행동으로도 이미 틀어진 균형을 바로잡을 수 없기에 그는 허무의 끝에서 투신을 선택한다. 「찰나의 연극」 속 교차로 삼중추돌 사고로 사망한 두 사람은, 늘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외부의 압력에 취약한 삶을 살던 이들이었다. 그들이 끝내 스트레스와 압박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내적으로 붕괴된 순간에, 즉 안팎의 균형과 조화가 무너진 찰나의 순간에 사고가 발생했다. 「끝나지 않는 싸움」은 균형이 파괴된 실상을 양손의 대립이라는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그려낸다. 선한 의지를 가진 왼손과 악행의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오른손. 한 몸에 있는 두 손이 이처럼 분열된 것은 사회의 냉기가 사람을 허기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냉기가 허기를 낳고, 허기가 쌓여 독기가 된다. 오른손이 저지르는 악행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오직 온기, 즉 사랑이다. 36.5도 사람의 온기가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이다. 표제작인 「언제나 편하게」의 화자인 여자는 앞선 화자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불어닥친 시련과 고난을 거쳐 사랑과 생명의 가치에 눈을 뜬 사람으로 그려진다. 멈추지 않고 이어진 불행의 끝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 전 남편과도 편하게 마주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해진다. 그녀는 그렇게 성장한 윤리적 주체로서 존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