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신간안내

신간안내
Busan Novelists' Association

 

Total 151건 4 페이지

하이, 빌

저자:김헌일 / 출판사:전망

무진을 떠나지 못한 자의 변명
단편 「어머니의 성」으로 1986년 부산MBC 신인문예상과 1997년 중편 「회색강」으로 제2회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 말석에 발을 딛었다. 항공소설 단편 「티티야를 위하여」로 2005년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중편소설집 「회색강」(도서출판 전망)과 국내 최초의 항공소설집 「고도경보」(산지니)가 있다. 한국소설가협회, 민예총, 부산작가회의, 부산소설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추리문학관과 도서관 등지에서 열리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에서 작가지망생을 상대로 소설 창작과 기타 산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작가는 현대를 위기 상황으로 파악한다. 최상위 단계의 태풍인 망쿳, 짜미 등이 서태평양 연안국을 휩쓸고 우리나라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때 아닌 10월 태풍을 맞았다. 미국엔 플로렌스, 어마 등 5등급 허리케인이 수시로 불어 닥친다. 불의 고리를 따라 지진, 화산이 발생하여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었고 유럽 등 곳곳에서 홍수, 산불 등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쪼개지고 녹아내려 해수면 상승으로 남태평양 섬나라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 사회는 어떤가? 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PC방 종업원이 불친절했다는 이유로 일부러 집에까지 가서 칼을 들고 와 얼굴을 삼십 여 차례나 난자하여 피해자를 치료하던 의사들의 입에서 쌍욕이 비명처럼 터져 나왔다는 사실. 자신의 아이를 죽인 다음 시신을 분할하여 지인들의 냉장고에 보관해 온 한 부모들의 이야기는 분노를 넘어 어안을 벙벙케 한다. 저자 김헌일은 자신의 소설 속에서 재난과 위기에 찬 현실을 적시하고 해결방법으로 사랑을 제시한다.

북스텐드

프러시안 블루

저자:김대갑 / 출판사:지혜

소설가 김대갑이 <프러시안 블루>라는 제목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을 출간했다. [오다야마 묘지], [농다리], [플래시 촬영 방법], [초산마을의 푸른 달빛], [마이너리그이긴 하지만], [프러시안블루], [안개가 깊어지면 는개가 된다]등 모두 7편이다.

부산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꾸준히 창작 활동을 한 그는 2015년 {한국소설} 여름호에 [오다야마 묘지]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등단하기 전, 부산에 관한 산문집 2권과 가야스토리텔링북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에 실린 작품들의 무대와 모티프는 다양하다. 일본 후쿠오카와 부산, 양산, 충북 진천을 넘나들며 현재와 과거를 아우른다. 이 시대 청년들의 좌절과 희망을 보듬으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마이너리그이긴 하지만>, 국민 모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세월호와 그와 연관된 사진작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플래시 촬영 방법>, 재일 조선인 3세들의 정체성과 디아스포라를 묘파한 <오다야마 묘지>등은 읽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에는 부산의 다양한 장소들이 등장해서 부산 사람들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하기도 한다. 청사포와 달맞이 고개를 배경으로 하는 <프러시안 블루>, 금정산성을 주 무대로 하는 <안개가 깊어지면 는개가 된다> 등. 이런 장소성을 기반으로 하여 그는 사진과 건축, 역사, 여행 등 풍성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북스텐드

유산

저자:박정선 / 출판사:산지니

▶ “내가 태어나 자란 집, 할아버지가 분신처럼 아낀 우리 집을 해체하기로 한다.”
파란만장한 한국 근현대사를 주유하며
일제강점기, 그 이후의 시대에도
계속되는 역사와 삶의 모순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한국 근현대사와 인간 본원적인 문제에 대해 치열한 통찰을 이어온 작가 박정선이 새로운 장편소설로 찾아왔다. 소설 『유산』은 친일파의 후손인 주인공(이함)이 자기 내부의 모순을 극복하고 가문의 친일과 그 잔재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 과정 속에 우리 민족의 수난사, 윤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현실적 문제와 공포, 역사의 줄기와 개인의 삶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등 친일 청산을 둘러싼 다양한 각도의 문제들을 표면 위로 끌어올린다.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작가는 “날개가 작가적 소명을 몹시도 채근했다.”라고 말한다. 이어 좌우 날개를 펼쳐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보며 이데올로기의 잔재로 인해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대우를 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답답함을 드러냈다.

소설 『유산』은 일제강점기 시대에 염원을 두고 있으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해결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보게 한다. 그리고 친일 청산이라는 문제의 현재성에 주목한다. 우리는 어떤 역사를 걸어왔고, 다시 어떤 역사를 만들 것인가? 소설은 한국사회에서 내재적 모순에 빠져 있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정면으로 바라보며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북스텐드

파도가 무엇을 가져올지 누가 알겠어

저자:박향 / 출판사:나무옆의자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박향 신작 소설
깊은 슬픔과 그리움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
그 가을 우리를 한 뼘 자라게 한 어느 소녀와의 만남

어느 날 우리 앞에 이상한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입시공부로 바쁘고 각자의 문제로 힘들어도
넷이 모이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제현, 현제, 지수, 기동
한 소녀와의 만남으로 더욱 특별해진 네 친구의 왁자하고 가슴 뭉클한 고교 생활기

서로 다른 개성과 고민을 지닌 네 명의 친구가 비밀스러운 사연을 가진 한 소녀를 알게 된 후 소녀의 아픔을 위로하며 함께 성장해가는 따뜻하고 유쾌한 청소년 소설. 세계문학상 대상과 현진건 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작가 박향이 『얼음꽃을 삼킨 아이』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하는 청소년 소설이며, 나무옆의자 청소년문학 ‘소설BLUE’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이다.

부산 동하고등학교 2학년 이제현과 김현제. 둘은 이름이 비슷해서 친해진 단짝친구다. 제현은 부모님의 이혼과 아빠의 재혼, 자신을 두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 때문에 가출해 찜질방을 전전하며 학교에도 며칠째 무단결석 중이다. 현제는 방황하는 친구를 위해 하루 결석하고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약속이 엄마의 반대로 무산되자 엄마와 냉전 중이다. 이들에게는 또 다른 친구 홍지수와 정기동이 있다. 지수는 중학교 때 ‘놀던’ 아이였고 기동은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왕따였는데, 두 사람 모두 힘겨웠던 시절을 견뎌내고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입시공부로 바쁘고 각자의 문제로 힘들어도 함께 뭉치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들 네 친구 앞에 어느 날 이상한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여자아이의 출현은 이들에게 뜻밖의 과제를 부여하고 학교생활에도 변화를 불러온다.

북스텐드

맨땅에 헤딩하기

저자:고금란 / 출판사:호밀밭

• 맨땅에 헤딩하듯,

세상 모든 타자들에게 건네는 뜨거운 안부와 축원

소설가 고금란이 두 번째 산문집 <맨땅에 헤딩하기>를 펴냈다. 곱고 차분하면서도 한편으론 묵직한 결기와 내공을 느끼게 하는 문장이 가득하다.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고 나이를 먹으면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우리의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을 정성스레 꾹꾹 눌러써가며 살아오신 이야기,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기분이다.

• 삶은 정답 없는 각자의 여정,

굳은살 박인 이마를 쓰다듬고 낡아가는 몸을 안아주며 다시 일어서기

저자는 된장을 담그고 민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고 닭을 키우면서 풀숲에 낳아놓은 달걀을 찾아다니는 여유를 누린다. 그리고 햅쌀밥 한 그릇이 주는 행복을 만끽하면서 자연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게 된다. 봄이면 지인들과 어울려 화전놀이를 하고 겨울이면 가마솥에 끓인 동지팥죽을 나누며 자신에게 주어진 호사를 주변과 나눈다. 무엇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살기 위하여 늘 깨어 있으려고 노력한다.

북스텐드

여름

저자:이인규 / 출판사:문학과 감성

「그해 여름 교도소장 살인 사건」

살인사건의 피해자, 교도소장과 사건 담당을 하게 된 차 형사. 그리고 속속들이 밝혀지는 그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 과연 이들 중에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누가, 어떻게 그를 살인하였는가? 풀린 줄 알았던 사건은 점점 더 난항에 빠진다. 그럼에도 차 형사는 멈추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단서를 모아 범인에게 점점 다가가는데…. 이 사건의 실마리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하는가?

「폭염이 온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염으로 아수라장이 된 세상, 과연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두고 지리산으로 내려온 강경후는 그곳에서 범상치 않은 ‘공팔진’이라는 사내를 만난다. 그는 올여름 폭염이 찾아올 것이며 아수라장이 될 것을 대비해 동굴을 만들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아내는 딸과 함께 외갓집이 있는 부산으로 떠나고, 강경후 혼자 공팔진의 동굴로 찾아가는데…. 동굴 속에서 만난 세 명의 사람, 그리고 부산으로 떠나있던 아내와 나래, 그리고 서울에서 떠난 강경후를 찾아 나서는 그의 친구 최 림과 윤태식…. 폭염에 점점 추악하게 변해가는 사람들, 그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북스텐드

생각하는 사람들

저자:정영선 / 출판사:산지니

탈북자, 그들에게 남쪽은 정말 따뜻한 곳일까?
‘북한’이라는 징표를 가진 아주 ‘특별한 국민’
그들을 향한 끊임없는 구별과 배제 그리고 외로움에 관하여

부산소설문학상, 부산작가상, 봉생문화상을 수상한 정영선 작가의 장편소설 『생각하는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작가 정영선은 2013년~2014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 내 청소년 학교에서 파견교사로 근무했다. 2년의 시간 동안 탈북 청소년들의 삶을 지켜보며 남한사회에서 북한출신자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들에 주목하게 됐다. 또한 단순 정착을 넘어 사회, 경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고민했다. 이 소설은 작가의 그러한 관찰과 고민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지 않은 유일한 곳, 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국경을 넘어 남한으로 온 사람들. 이 소설은 탈북자들을 소재로 하여 그들의 남한에서의 삶과 한국사회의 또 다른 어둠을 그려낸다. 주인공 주영은 간판 하나 제대로 걸리지 않은 출판사에 면접을 보러 간다. 그곳에서 만난 국정원 ‘코’는 그녀에게 인터넷 댓글 업무를 지시한다. 대선이 끝난 후, 코는 주영에게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을 위한 교육 기관인 유니원 계약직 자리를 제안하고, 주영은 유니원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이유로 남한을 선택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북스텐드

거기서, 도란도란

저자:이상섭 / 출판사:산지니

소설은 허구라는 상식은 여전히 유효할까? 최근 독특한 글쓰기로 부산의 장소를 다루기 시작한 작가 이상섭의 작업들은 소설의 정의를 확장시킨다.

이번에 출간되는 『거기서 도란도란』은 부산의 장소성을 ‘팩션’이라는 장르로 녹여냈다. 해운대, 사직종합운동장, 대저 적산가옥, 정과정공원 등 부산의 역사가 깃든 몇몇 장소들은 작가가 그려낸 ‘허구’의 서사를 통해 16편의 이야기 속에서 재탄생했다.

“부산의 역사나 장소성을 담아내는 스토리텔링 작업”(「작가의 말」중에서)의 일환으로 창작된 ‘팩션집’의 출간에서 주목할 점은, 부산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의 가감 없는 경험과 안목의 기록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이야기’를 통해 부산을 발견하는 창작행위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부산’이라는 장소에 천착하며 본격 소설로 편입되지 않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허구’의 글쓰기를 시도하는 작가의 작업은 역사적 실체이자 삶의 장소인 부산을 발견하는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북스텐드

나는 장성택입니다.

저자:정광모 / 출판사:산지니

▶ “내가 언제 가장 행복했을까요?”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삶에 대한 비릿한 물음들

한국소설 신인상,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정광모 작가의 소설집 『나는 장성택입니다』가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은 총 7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삶과 인간을 향한 깊이 있는 시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리얼리즘을 표방한 작품에서부터 스릴러와 역사적 인물의 내면을 결합한 작품, 노인 문제를 현대 이슈인 빅데이터와 결합시킨 작품 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으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표제작 「나는 장성택입니다」는 실존 인물인 ‘장성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놓인 한 인간의 삶과 행복에 대해 자문한다. 이 밖에도 ‘교도소’와 ‘외출’이라는 소재를 통해 관계에 대한 상처와 아픔을 은유적으로 담고 있는 소설 「외출」, 애완동물의 모습을 몸에 새기는 주인공으로 하여 새길 수 없는 사랑의 쓸쓸함을 이야기하는 「너의 자리」, 치매 걸린 엄마의 과거를 통해 상실의 무게를 되짚어보는 「집으로」 등의 작품은 소재와 상황을 통해 삶의 공허함과 아픔을 녹여내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서는 독특한 상상력과 분위기로 압도하는 소설 세 편도 함께 실려 있다. 「자서전의 끝」은 복수라는 소재를 통해 스릴러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으로 자서전 대필을 위한 만남으로 시작해 시대의 아픔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을 멍들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아픔이 복수라는 이름으로 변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아오이 츠카사를 위한 자세」는 선정적인 인터넷 방송과 개인의 삶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포르노와 고독이라는 소재를 통해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느껴지는 현대인의 슬픔을 읽을 수 있다. 끝으로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설 「마론」은 인구 포화 상태로 인해 노인들의 삶을 평가해 격리(지상낙원 혹은 형벌)시키는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북스텐드

우중산책

저자:강연화 / 출판사:강

강연화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강연화는 2006년 『21세기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카나페」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여덟 편의 소설 가운데 일곱 편이 일인칭 시점에 구어성이 강한 문체를 취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들은 끊임없이 중얼거리고 그것이 고스란히 소설이 되는 형국이다. 「카나페」의 화자인 ‘나’는 호텔 요리사로, 화려하지만 분주하게 돌아가는 주방의 현장을 보여준다. 범람하는 진귀한 식재료를 활용한 카나페에 대한 묘사들, 난희에 대한 숱한 희롱들, “잠깐만 얘기하자고” 난희를 붙들고 소리 지르는 화자의 자폐적이고 일방통행적인 소통에서 우리가 목도하는 건 요리와 사랑이 ‘사람’에 가 닿지 않아서 빚어지는 지옥도에 다름 아니다. ‘나’의 말이 순진한 날것, 우리의 일상적인 입말과 가깝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더욱 쓰다.

「요리책을 쓰라고」의 화자 역시 호텔 요리사로서 경험했던 숱한 진미들과 국가적 행사에 수차례 참여했던 경험을 자랑스레 늘어놓는다. 물론 모든 이력과 언급되는 요리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것들이기는 하지만, 구구절절 끝 모르고 늘어지는 말은 누구에게도 건네지지 않고 있다. 숱한 요리의 목록 중에서 단 하나, “시어빠진 김치”만이 그니의 부재와 함께 묵직한 자조가 되어 화자를 짓누른다.

해야 했을 말, 하지 못한 말, 삼켜버린 말, 억눌린 말들은 본심이 아닌 다른 말로 탈주하고, 질주한다. 그 말이 마음의 깊숙이에 놓인 것일수록, 그리하여 억누르는 힘이 무거울수록 터져 나오는 말은 더 크고 많고 또한 공허하다. 그렇게 강연화 소설에 넘쳐흐르는 구어체의 문장들은 거꾸로 누구에게도 가 닿지 않고 다가오지도 않는 대화의 불가능성과 맞닿는다.

북스텐드

이야기를 걷다

저자:조갑상 / 출판사:산지니

부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빌려 과거와 현재의 부산을 재조명한 에세이집 『이야기를 걷다』. 개정판은 10여 년 동안 변한 부산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작가 조갑상은 이번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각 장소를 일일이 다시 찾아다니며 또 한 번 취재를 감행했다. 그리고 초판보다 다양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새로운 소설들을 추가했다.

북스텐드

녹색 전갈

저자:김서련 / 출판사:전망

김서련 소설가의 소설집으로 총 8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직장 상사인 선배에게 폭언과 성추행에 시달리는 화자는 어느 날 충동적으로 그 선배를 고발하는 이야기다. 저자가 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관계’인데 그는 관계를 깨뜨리는 것은 어릴 적의 ‘트라우마’로 보고 있다.
선배는 화자를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었지만 그것을 빌미로 화자를 괴롭혔다. 자신의 머릿속에 살고 있는 뭔가가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한 화자는 그것이 무엇인지 추적하다. 그리하여 그것이 유년 시절, 동네 사람과 싸우는 아버지를 피해 올라간 동산에서 본 녹색 전갈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자신의 머릿속에는 녹색 전갈이 살고 있었고 그것이 쭉 자신의 삶을 끌어가고 있다고 여기다.

북스텐드

길가메시 프로젝트

저자:강성민 / 출판사:전망

6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는 강성민의 첫 소설집은 다양한 시선과 소설적 상상력이 빛난다. 먼저, '기적의 시간'은 2016년 설날 연휴 박근혜 정부의 느닷없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으로 공단에 체류하고 있던 남측 주재원 진태양 대리가 교제 중인 북측 근로자 명옥을 떠올리며 철수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역삼동의 전설'은 간결한 문체와 빠른 전개로 갓 사회에 진출한 청년이 배달 일을 하면서 점점 자본의 논리에 포획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으며, '정규'는 기계 부품처럼 취급되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영화 [모던 타임즈]처럼 한 세기가 흐른 지금 더욱 악화한 노동 현장에서 계급화 문제로 노동자 간의 갈등을 다룬 한 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홀로 아리랑'은 파업과 굴뚝 고공 농성으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 된 가장이 어린 딸과 아내와 함께 죽음을 계획하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낮달'은 남편의 2교대 근무와 경제적 문제로 아이 낳는 것을 꺼려하는 젊은 맞벌이 부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편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영생이 꿈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온 시대에 인간의 존재 이유와 삶의 목적에 대해 통찰하고 있다.

북스텐드

당신의 일곱 개 가방

저자:정미형 / 출판사:알렙

정미형 소설집. 반복되고 빛나고 스러지는 바닷가 파도의 포말과 같은 인생들의, 그림자와 닮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 소설이 「한국소설」을 통해 발표된 이후, 작가는 다수의 단편을 꾸준히 써왔고, 8편의 작품을 모아 첫 소설집을 내었다.

이 소설 가운데 대부분은 떠나는 자들이거나 혹은 어딘가를 거쳐 온 이들의 이야기였다. 마치 거품을 남기고 물러나는 파도였을까, 작가는 '그 파도가 휩쓸고 간 헛헛하게 남은 자국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듯 문장을 고르고 인물들을 매만져' 보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뒤이어 갈 수 있을까, 반문한다.

정미형 작가의 작품 속 인물들은, 거미줄에 매달리듯 힘겹게 살고 있는 사람들, 파도치는 바닷가의 흩어지는 포말처럼 한 순간 부서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폐 속의 공기만큼이나 소중한 밀도로 그 사람들을 숨쉬게 한다. 앞서 간 사람들은 다음에 올 무수한 사람들에게 삶의 마지막에 위트와 윙크를 보내주는 것, 그것이 작가가 이 소설들에 담은 정서(무드)이자 태도이다.

북스텐드

대사증후군

저자:허택 / 출판사:강

허택의 세번째 소설집 표제작은 중편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증후군’은 만성적인 대사 장애로 인하여 내당능 장애,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심혈관계 죽상동맥 경화증 등의 여러 가지 질환이 한 개인에게서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이 소설은 집요하게 한 인간의 파멸을 그 육체의 병듦과 나란히 놓고 추적한다.

소설의 일인칭 화자이자 주인공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입사해 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다 한순간에 추락하는 남성 인물이다. 한국전쟁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로, 박정희 개발독재-근대화 시대를 관통하며 삶의 모델을 형성한 전형적인 세대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7남매의 넷째, 넉넉지 않은 집안에서 명문대 진학을 통한 계층 상승 등 실제 소설의 인물에게서 그 전형성을 추출하기는 어렵지 않다.

아마도 이 인물은 그중에서도 어렵사리 상층 진입에 성공한 경우라 할 테다. 그러나 이른바 그 ‘성공’은 경쟁신화의 내면화를 통해 가능했고, 물신적 성공 이외의 가치가 철저히 배제되면서 그 대가는 도덕감이나 윤리감의 마비로 돌아온다. 상투적인 표현을 쓰자면 인간성의 파괴는 불가피하다.

북스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