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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an Novelist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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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자들

저자:박향 / 출판사:도서출판 강

박향의 소설에는 ‘어떤 시간’을 향해 홀로 되돌아가 서 있는 여자들, 고통에 몸서리치고 허우적대면서도 그 시간에 머묾으로써 그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여자들이 있다. 고통에 찬 여자들에게 박향은 기꺼이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이때의 여성은 인간이라는 타자의 다른 얼굴이며, 그렇게 해서 ‘좋은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 보편의 고통에 대한 아이러니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타자성과 보편성을 아우르는, 여성 서사를 뛰어넘은 이 여성 서사에서 그녀들이 서 있는 자리는 곧 우리의 자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마치 일부러 그려놓은 공백처럼 비어 있는, 생산적이지도 온전하지도 못한 ‘어떤 시간’들을 정의하거나 이해하는 대신 광장에 서 있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다. 그 들끓는 시간을 지고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홀로 되돌아가는 어떤 이들의 삶을 직시하며 『좋은 여자들』은 시작한다.

먼저, ‘어떤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 「타임캡슐」의 ‘나’가 “단죄가 정의”(281쪽)라고 생각하는 소녀에서 잇따른 성폭력에 퇴사를 반복하는 삼십대 여성이 되기까지의 간극엔 도하의 자살이 있다. 그리고 성폭행을 당할 뻔한 뒤 도하에게 혐의를 밀어붙였던 과거의 자신이 있다. ‘나’는 심하게 앓는다. 그런 ‘나’를 살린 건 망각과 침묵, 회피라는 삶의 태도다. ‘나’가 도하와의 마지막 기억을 타임캡슐처럼 묻어버린 곳, 그곳을 기억의 사각지대라고 한다면 거기에 쌓인 건 기억에서 박탈된 ‘어떤 시간’의 원형이다. 저변에서 흐르고 끓어오르는 ‘어떤 시간’은 ‘나’의 미래를 지배한다.

기억의 사각지대는 「좋은 여자」의 수경에게도 존재한다. 수경의 내면 속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 우물”(176쪽)엔, 남편에게 그와 동성 애인의 손목을 그을 면도날을 쥐여주던 순간과 끝내 그의 고독을 ‘이해해버리는’ 순간이 함께 있다. 고통스럽게 상충하는 두 순간은 “목구멍 안에서 뜨거운 액체 같은 것이 꾸루룩 소리를 내며 흘러넘치”(176쪽)듯 수경의 삶을 위협한다. 누군가의 죽음은 남은 사람의 생을 압도하는 ‘어떤 사건’으로 남는 것이다. 「이매진」의 ‘나’ 역시 재혼가정 남매라는,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 상대인 수정의 자살을 겪은 후 낭만과 사랑, 이상과 청춘, 심지어 사정과 불온함마저 상실한 채 후유증에 시달리듯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잊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가는 거”(173쪽)라는 말처럼, 이들은 기억이 들끓는 우물의 뚜껑을 닫고, “깊은 잠”(144쪽)을 청하려 시도한다.

‘어떤 사건’ 앞에서 개인은 고독이라는 감정 앞에 멈춰 서게 된다. 자신의 알몸 사진을 찍은 남자와 결혼해야만 하는 「체인징 파트너」의 은주와 존댓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불온의 낙인이 찍히는 「반말」의 민주가 겪는 고독한 폭력의 시간은 「사레」에 이르러 공공의 것이 된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캐나다로 유학을 떠난 딸 민아. “바닷속의 물풀”(55쪽)처럼 가라앉은, 딸의 이 은유적 죽음 앞에서 서준석 부부는 공동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유족과 다름없다. 어느새 서준석에게 민아의 사건은 “그 일”(63쪽)이 된 반면, 아내에겐 표피를 바꾸며 계속 등장하는 ‘어떤 사건’들로 계속 남아 있다. 아내는 다이어리에 민아의 이야기와 함께 세월호 아이들의 대화나 문자를 그대로 옮겨 적는다. 그리고 “기억은 기록이 아니라 해석”(75쪽)이라는 서준석의 글에 이런 문장을 남긴다.
“나는 기록할 뿐 해석할 수 없다. 너무 생생하기 때문이다.”(75쪽)

우리 공동의 ‘어떤 사건’ 이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해명 불가한 죽음들이 있었고 이를 지켜본 이들의 고독과 울음이 남았다. 배는 건져졌지만 어떤 삶들은 아직 깊은 바다에 잠겨 있기에, 이곳은 ‘죽은 자들의 도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박향의 소설은 이곳이 오직 고독으로만 점철된 지옥은 아니라고 말한다. 연인을 잃고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 서로를 쓰다듬고(「시집 읽기」),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기꺼이 ‘통곡할 장소’가 되어주는(「죽은 자들의 도시」) 곳이기에.

박향의 소설은 생의 고달픔을 냉정하게 적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독이 고독이기에 넓힐 수 있는 삶의 지평을 보여준다. 고독을 망각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고독이 모여 있는 그 어떤 자리를 “뜨거운 서러움의 장소”(204쪽)로 만들어줄 것이다. 더불어 박향이 보여주는 여덟 편의 이야기에서 한 번이라도 우리의 ‘어떤 시간’과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분명 그 자리에 먼저 와서 우리의 고독을 끌어안아주는 ‘좋은 여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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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박

저자:정형남 / 출판사:해피북미디어

정형남 소설가가 장편 〈맥박〉을 냈다. ‘맥박’은 이 소설 주제와 그 출간 의미를 나란히 꿰뚫는 말이다. 올해 등단 40년, 소설가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머리를 깎고 공부를 하다가 환속해 글을 쓰기 시작한 그였다. 그간 그는 12개 장편소설과 6개 창작집을 냈다. 그는 부산에 30년 살다가 전남 보성에 정착한 지 12년 됐으나, 여전히 부산 문단과 교류 중으로 그의 인간적 맥박을 느끼게 한다.
이번 소설 주제어도 맥박이다. 한국 근현대사의 맥박을 문씨 집안 역사와 무당이 된 어머니를 통해 짚는다. “우리 얼을 지켜 온 고유 신앙의 종교적 모태인 무당을 다뤘어요.” 소설은 어머니 당골래(무당)와 아들 사현, 며느리 수련의 인생사를 촘촘히 엮으면서 사그라지지 않는 근현대사의 맥박을 느끼게 한다.

사현의 가족사는 한국인 그 누구나의 가족사처럼 험난했다. 사현의 할아버지 문지상은 동학 농민군에 참여했고 일제강점기에는 의병, 항일농민운동에 나섰으나, 해방 후 좌익으로 몰려 결국 고생만 하다가 저세상으로 갔다. 사현의 아버지 문광한은 손재주 있는 좋은 사람이었으나, 보증을 잘못 서 처가의 가산마저 탕진한 뒤 가출해 숨어 살다가 눈 속에 파묻혀 숨을 거두었다. 사현의 외할아버지도 동학농민군으로 할아버지 동지였다.
사현의 어머니에게 무병(巫病)이 찾아온 것은 가족사의 고난을 심화·승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산속에서 3년간 아들 사현을 데리고 산기운을 받아들이는 수련을 하는데 '(산속의 온갖 형상)바위들이 하나같이 불보살들의 화현'처럼 보이고 '소탈하고 친근하고 어리석기까지 한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당숙 형님 이웃들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어머니와 산속 생활을 같이한 그 혹독한 경험은 이후 아들 사현에게 세상 풍파를 헤쳐날 수 있게 하는 삶의 지주 역할을 한다. 아니 할아버지, 아버지, 외할아버지의 그 고되고 쓸쓸했던 삶이 저 막막한 우주 공간에 그냥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니라 자손의 삶 속에 씨앗으로 떨어져 웅장한 나무로 커 나가는 것이다. 그 씨앗은 처음부터 좋게만 성장하는 게 결단코 아니다. 주변의 시기·질투, 천재지변의 험난한 과정을 통해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면면한 맥박의 실체다.

이 작품은 험난한 가족사를 지닌 숱한 이들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소설이다. 누대에 걸친 고난의 삶을 관통하는 맥박은 삶을 개척하는 이들의 저 불굴의 의지 속에 요동치는 것이다. 작가는 “대자연의 심오한 경계와 갈등과 고뇌를 디딤돌 삼아 미래로 나아가는 부조리한 인간사를 창작의 그릇 속에 담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출처: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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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중에 꽃

저자:김하기,문성수,강동수,박향,정인, 배길남 / 출판사:호밀밭

시대성과 개별성, 사회와 개인의 끊임없는 줄다리기,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에 찢긴 개인의 삶을 건져 올리다

무크지 2권 『꽃 중에 꽃』에는 사현금 동인 김하기, 강동수, 박향, 정인 네 사람의 소설을 싣고 있으며, 여기에 문성수, 배길남 두 명의 객원필진 소설을 더해 모두 여섯 편의 작품이 담겨 있다. 김하기 작가의 「귀향」은 비극적인 역사의 소용돌이에 매몰된 한 비전향 장기수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문성수 작가의 「착각일수도」는 아집의 그물에 사로잡힌 여고 교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동수 작가의 「비에이」는 아름답게 포장된 자신의 첫사랑 상대가 실은 먹먹한 고통의 터널을 통과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이야기며, 박향 작가의 「반말」은 언어가 가진 기능을 지나치게 맹신하며 늘 높임말을 쓰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표제작이기도 한 정인 작가의 「꽃 중에 꽃」은 아름다운 꽃으로 살고 싶었던 할머니와 상처 많은 한 여인을 지극히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배길남 작가의 「아버지가 가리킨 나라」는 자식들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의 처절한 위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각 작품에는 시대의식이 짙게 묻어 있다.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를 명분 삼아, 사회는 개인에게 시대정신과 희생을 요구한다. 이에 맞서, 행복을 추구하는 개별 존재의 치열한 생존기가 시작된다. 이 파도는 비극적인 역사 사건일 수도 있고(「귀향」, 「비에이」) 사회가 만들어낸 개인일 수도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서, 삶은 곧 인간 내면의 사회성과 개별성의 치열한 다툼 그 자체다. 사회가 빚어낸 개인은 수십 년간 스스로 견고히 쌓아 올린 아집(「착각일수도」)의 형태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위선(「아버지가 가리킨 나라」)의 모습으로,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으며 자신의 기억을 미화하는 행위(「비에이」)로, 오로지 한 가지 믿음으로 삶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행동(「빈말」)으로 우리 앞에 드러난다. 겉으로는 달라 보이는 각 이야기와 주인공, 내면 갈등은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국 개인이 맞서 싸우는 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회 권력을 넘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이다. 그럼에도 표제작 「꽃 중에 꽃」이 이야기하듯, 사회에 찢어진 개인을 보듬어주는 건 사랑이다. 비극의 역사가 제3자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때, 시대적 아픔이 타인의 아픔을 넘어 개인의 아픔으로 다가올 때, 세상을 좀 더 밝게 만들 인류애(人類愛)의 진한 향기가 세상에 아름답게 퍼질 것이다. 그것이 사현금의 두 번째 동인 무크지가 전하는 주제이다.

출처: 출판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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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드론 독서 3

저자:정광모 / 출판사:도서출판 전망

세상은 넓고 읽어야 할 책은 많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작가의 드론독서 3>은 재미있고 즐거운 책 읽기를 위한 나름의 기준을 제공한다. 첫 번째 서평은 작사가로 유명한 김이나의 저서 <김이나의 작사법>을 통해 한국대중음악의 결을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 서평이 다루는 책은 <불의 기억>으로 라틴 아메리카의 혹독한 역사를 연대기 문학 형식으로 살펴본다. 책에 실린,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쓴 160편의 서평은 인문사회과학, 자연과학, 문학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그렇다고 서평 대상 책이 마음 내키는 대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 드론이 하늘에서 넓은 시야로 땅을 조망하듯 현대 한국사회와 세계를 읽기 위한 시각을 제공하는 책들로 주의 깊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서평집은 잘 가꿔진 산책로를 닮았다.

모든 책은 각각 저자가 상당한 시간에 걸쳐 쌓은 지식과 혜안을 담고 있다. 이 책에 실린 160권의 서평은 저자가 밝히는 문제의식을 쉽고 간결하게 요약하고 해설과 평을 달았다. 서평집을 읽다보면 소개한 책 중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사기 위해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서평집은 책을 위한 책이다. 교양과 논술, 시사를 알기 위한 책이기도 하다.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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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집 동백꽃

저자:김문홍 / 출판사:해성

1976년 등단한 이래 소설,동화,희곡,연극평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문홍 작가가 가족 소설을 내었다.
'감나무집'이라는 상상의 집을 지어 놓고 한 자리에 대가족을 모았다. 채원이라는 감수성이 강한 여고생을 화자로 두고,
그들의 사계절을 담담한 문체로 그려내었다.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이 비록 상상력 속에서 빚어진 인물들이지만, 작가의 의도대로
그들을 움직이기 보단, 인물들이 하고싶은 대로, 가고싶은 대로, 그들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내버려 두었다.
증조할머니와 외할머니,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 부모님, 동생, 삼촌과 고모까지 모두 감나무집에서 자신들의 생각대로 자라고 또 나이가 든다.
마당에 있는 동백꽃과 목련꽃이 피고 지듯이 순리대로 인물들은 살아간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듯이, 우리 주위에 화려하고 눈부신 삶도 있지만 그늘진 삶도 있다. 넘쳐흐르는 소비와 욕망보다는 순리에 따르며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출처: 네이버 문우당 서점 블로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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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꽃 한 송이

저자:박영해 / 출판사:문예바다

우리를 에워싼 환경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박영해의 세 번째 소설집,『종이꽃 한 송이』가 출간되었다.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우주에 있는 것들은 주변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따라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인간, 예술, 장소, 자연, 우리가 발명한 플라스틱 등 인공물의 영향을 받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며 정체성을 형성해 간다. 작가는 우리가 그런 관계의 그물망 속에 놓여있음을 자각하고, 각 작품의 소재와 전개의 결을 달리하며 타자와의 관계의 단절 혹은 상흔의 근원적인 극복과 소통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문학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관계’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소외감을 스승, 이웃, 고독사한 사람, 역사적 장소, 옛 연인, 친구, 바다 속 생물이나 플라스틱 등과 의미있는 관계를 맺음으로서 극복하려고 한다. 그리고 숨기거나 감추고 있던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드러내며 상대와 소통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삶과 사랑의 지평을 지속적으로 넓혀간다. 작가는 서로의 성숙한 관계 속에서 소외를 극복하고 성장해가는 인간의 모습을 담백하고 치밀한 서술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박영해
본명 : 박영애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소설집 『네 사람이 누운 침대』, 『우리가 그리는 벽화』
제9회 들소리 문학상과 제13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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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고 나서 4분간

저자:정우련 / 출판사:산지니

정우련의 소설 속에서 화자의 시선은 다양하다. 화자는 천진무구한 어린아이일 때도 있으며, 때론 남편과의 끊임없는 언쟁에 소모감을 느끼는 중년의 여성이기도, 친구 앞에서의 모습이 전부인 청소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모두 팔팔 끓거나, 끓었거나, 끓기 전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며 삶과 사랑에서의 4분의 의미와 무용함을 되새긴다.


▶ 가장 뜨거웠던 시간 후에
뭉근한 삶의 궤적을 돌아보다

표제작 「팔팔 끓고 나서 4분간」은 대학 강사와 수강생 ‘나’의 만남을 통해, 뜨겁지만 4분이 지나면 그뿐인 사랑의 덧없음을 그린다. ‘나’와 ‘그’는 폭력에 대한 아픔을 공유하며 깊은 사이가 되지만, 사랑은 점점 식어간다. 소설은 점차 바래가는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요양병원에서 연명하는 아버지의 삶을 교차한다. 아버지의 삶은 ‘4분 후’로 비유되며, 빛나는 시간이 지나버린 삶에 대한 쓸쓸함을 되뇌게 한다.
이런 정우련의 삶에 대한 무거운 시선은 「처음이라는 매혹」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은 삶과 죽음의 경계 너머에서 살아가는 88세 독거노인의 어느 하루를 그린다. 노인은 권태에 찌든 채 이제 본인에게 남은 매혹적인 순간은 죽음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나’는 노인의 권태를 들여다보며 나의 삶을 관조한다. 「통증」은 전쟁의 상흔을 몸속에 품고 있는 조각가 남편을 바라보는 소설가 아내 ‘나’의 이야기이다. 둘은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오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의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결국 서로를 연민하는 동시에 증오하게 된다. 이렇게 정우련은 뜨거웠던 순간이 지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네며, 독자에게 각자의 삶의 궤적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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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매운 감자

저자:김현 / 출판사:글누림

여기에 엮인 일곱 편의 단편들은 다채로운 각각의 차이 속에서 하나의 지속적인 반복으로 집요하다. 저마다 의 사연 속에서도 삶을 옥죄는 폭력적인 그 무엇들과 그것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여자들의 강력한 생의 의지는 같은 곡조의 색다른 변주처럼 단절없이 반복된다. 이름도 나이도 성격도 때로는 국적도 다르지만 그 모두가 여자라는 존재 혹은 정체성, 그리고 그 모두가 힘겨운 삶을 버텨왔다는 것에서는 하나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은 인간의 역사에서 얼마나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는가. 인종과 계급의 차이가 폭력적인 차별의 현실로 전개되어온 역사가 그러하듯이 젠더 정체성의 차이가 야만적인 차별로 이어지는 우악스런 현실의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원처럼 흐른다 -- 전성욱 (문학 평론가) 작품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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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아픈게 아니었어

저자:김현 / 출판사:글누림

“독서 치료는 책읽기를 통한 마음 치유다. 상황에 맞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느낌이나 기억에 집중하고 생각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때 책은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마음 깊이 잠재해있던 기억들을 끌어올리는 마중물과 같다.”
소설가인 저자는 독서심리상담사로 11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그는 학교, 사회복지관, 여성단체, 소년시설, 도서관 등에서 독서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과 만났다. 저자는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아파하며 고통의 지점을 통과했다.
〈나만 아픈 게 아니었어〉 출간을 결심한 데에는 독서 치료를 널리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저자는 책읽기를 통한 마음 치유 방법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이들의 사례를 성장의 아픔, 어른들의 몰이해, 부모와 자녀, 가족, 부모의 이혼, 우울, 자아 찾기, 용서, 죽음 등 20개의 키워드로 나눠 정리했다.
저자는 ‘우울’ 편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느꼈던 지독한 상실감과 우울을 이야기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우울감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베브 아이스베트의 〈검정개 블래키의 우울증 탈출기〉를 소개한다.
‘자아 찾기’ 편에서는 부모로부터 항상 칭찬을 받은 저자의 친구가 늘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사는 모습을 떠올린다. 마샤 그래드의 〈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을 언급하며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나이 든다는 것’ 편에서 저자는 늙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늙음을 어떻게 보낼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권유한다.
‘마음 단속하기’ 편에서 저자는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본문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은 ‘햇볕’이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고 우울해지면 매운 음식을 먹고 햇볕 속을 30여 분 천천히 걷자는 대목이다. 저자가 많은 이들에게 이 방법을 추천했더니 신기할 정도로 기분이 달라졌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 현대인에게 한 줄기 빛이 될 책이다.

(부산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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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린쿠유

저자:안지숙 / 출판사:산지니

'마음속 깊고 어두운 지하도시를 헤쳐 나가는 어른들의 성장소설
깊은 우물처럼 지하로 들어간 공간들을 이어주는 통로.
그곳에 가보고 싶었다.'

비정규직 인생의 애환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펴낸 안지숙 작가가 첫 번째 장편소설로 다시 한 번 독자를 끌어들인다. 실감나는 대화와 빠른 전개, 경쾌한 분위기로 풀어가는 인물들의 서사는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선사한다.

위키피디아에서 글을 수정하며 세상에 일조하고픈 마음은 조금도 없는 백수 민현수. 이런 현수에게 세라는 꺼림칙한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인터넷상에서 송찬우를 괴롭혀달라는 것인데 현수는 송찬우의 삶을 파고들면서 자신의 삶에 숨겨진 비밀스러운 퍼즐을 맞춰나간다.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은 현수의 성장소설이면서, 마음속에 어둡고 복잡한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품고 살아야 했던 어른들의 성장소설이다.

현수는 아버지 소유의 공동작업실에서 청소나 형광등 가는 일을 하면서 용돈을 받아 쓴다. 아버지 그늘에 편안하게 먹고사는 태평스러운 젊은이로 보이지만 속까지 무사태평한 건 아니다. 현수에게는 지금까지 그를 괴롭히는 어릴 적 상처가 있지만 누구도 현수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현수조차 자신의 마음속 상처를 돌보지 않았다. 현수는 폭식을 일삼으면서 무기력한 청년으로 자랐다.

그렇게 아무런 야망 없이, 무탈하게, 무해한 존재로 살아가던 현수에게 최근 수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현수는 자신의 삶에 숨겨진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간다. 매사 무기력하기만 했던 현수는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에서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픈 사연에도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현수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저자 : 안지숙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오랫동안 문화기획사에서 일하며 여러 책을 집필했고, 실제 생존자와 사망자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기록 『1995년 서울, 삼풍』을 공저했다.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아온 애환을 담은 소설집 『내게 없는 미홍의 밝음』을 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생각하고 쓸 예정이다. 현재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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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감식

저자:정광모 / 출판사:도서출판 강

위폐를 퍼뜨리려는 자와 그를 추적하는 자의 첨예한 진실공방을 통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물신의 허위와 진짜배기 삶을 '감식'해낸다.
2010년 한국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해온 정광모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마지막 감식> 이 발간되었습니다.

"위조지폐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말이야, 사람의 욕망을 밀어내는 심장 박동이 들려."
공인된 조폐창에서 만들어졌는가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하더라도, 제작자에게 공신력이 없다면 그것은 위폐에 불과하다. 요컨대 진폐와 위폐를 판가름하는 기준은 오직 신뢰성뿐이라는 것. 정광모는 이 점을 절묘하게 파고들어 돈의 정체를 낱낱이 해부한다. 물물교환의 편리한 매개였던 돈. 생을 위협하는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해방될 수단이었던 돈. 이제는 우리가 보내는 신앙과 신뢰 위에 군림하면서 우리를 울고 웃게 하고 살리고 죽이는 돈! 그 ‘믿음’ 없이는 한순간도 지탱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릴 모래성에 우리는 어째서 자발적으로 목을 매는가? 위폐를 퍼뜨리려는 자와 그를 추적하는 자의 첨예한 진실공방을 통해, 정광모는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물신의 허위와 진짜배기 삶을 ‘감식’해낸다. 한 번도 돈의 지배에서 놓여나기를 꿈꿔본 적이 없는가? 다른 삶의 형식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가? 그런 일은 두려운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도리어 그것이 자유라는 것을.
- 김녕 (문학평론가)

첫 소설집 『작화증 사내』(2013)로 부산작가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토스쿠』(2016)로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았다.
그 밖에 소설집으로 『존슨 기억 판매 회사』, 『나는 장성택입니다』와 서평집 『작가의 드론 독서 1, 2』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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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

저자:배길남 / 출판사:알렙

비정규직 우리네 삶이 빚어내는 다양한 고민의 진폭
약육강식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드러나는 한국 사회 문제를
21세기판 명랑소설로 그려내다

부산작가상, 부산민족예술상 수상 작가 배길남의 두 번째 소설 『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이 출간되었다. 표제작 「짬뽕 끓이다 갈분 넣으면 사천짜장」을 비롯 5년 동안 틈틈이 발표해 온 작품 중에 고른 8작품을 모았다. 담백한 문체와 속도감 있는 전개 그리고 맛깔스러운 사투리로, 성장소설과 추리소설, 역사소설과 거기에 패러디까지 여러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담았다.

힘든 삶의 과정에서 노력하고 포기하고 다시 일어나는 과정에서 세상의 때를 묻혀 가면서도 삶의 치기를 잃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보통의 우리’들의 삶이 다양한 진폭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짬뽕 끓이다……」는, 요리의 순수함을 고집하여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으려다 결국 현실에 타협하여 우연한 삶의 이치를 터득해 나가는 과정을 소설 속 소설의 형식으로 그려낸다.

얼핏 경쾌 발랄해 보이는 이 제목은, 목적이나 방향 없이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대한 신랄한 패러디이다. 짬뽕(순수)이 목적인데, 갈분(우연) 하나 섞이는 바람에, 사천짜장이 만들어진다. 이 사천짜장은 목적일까, 방향성일까? 혹은 무엇이라 명명할 수 있을까? 배길남 작가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었던 자신의 삶의 방향성에 끼어든 어떤 우연(소설가)에 대한 깊은 자의식으로, 결코 무겁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주제에 대해 접근해 본다.

전성욱 문학평론가는 배길남 소설을 읽는 하나의 열쇳말로 ‘사회인으로서의 자격’을 예로 든다. 비정규직으로 살아온 작가는 항상 ‘사회인으로서의 자격’이라는 일말의 자존심 혹은 자격지심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그 방식은, 세상에 부딪쳐서 맨날 지면서도 ‘이것 하나만은……’ 하고 지키려는 사람들을 그려 보이는 것이다. 작가는 「짬뽕 끓이다……」, 「1942 vs 4078」, 「너의 선택」, 「정글북」 등을 통해, 기성 사회와 꼰대들에 대한 비꼼 혹은 비틀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사실 사회인, 즉 이너서클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튕겨져 나온 자들의 불만도 있다. 작가는 이러한 오묘한 복잡성을 다루고 있다. 이를 두고 전성욱은 ‘윗것들에 대한 아랫것들의 반항’으로 정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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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리 바다의 비밀

저자:조미형 / 출판사:산지니

▶ “바다 생명들이 힘들어하는 비명이야. 바다를 구해야 해.”
니오와 신지, 쓰레기로 뒤덮인 바다 속으로 들어가다!

육지에서 버려지는 수많은 쓰레기는 모두 어디로 갈까요? 보라매 시리즈 열한 번째 작품 『해오리 바다의 비밀』은 바다 환경 문제를 다룬 창작동화로, 니오와 신지가 바다 속으로 들어가 겪게 되는 모험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연과 평화를 사랑하는 소년 ‘니오’와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 ‘신지’를 비롯해 바다를 지키는 산갈치 ‘알라차’,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먹고 괴물이 된 가오리와 바다유령 등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더러워진 바다 속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조미형 작가가 부산의 파란 바다를 보며 집필했고, 황금도깨비상을 수상한 박경효 작가의 생동감 넘치는 그림을 더해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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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

저자:신종석 / 출판사:도화

소설의 현장 중심 긴박한 구성은 마치 실존적 사실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이야기 전개로 이어진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실존 인물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위대한 세계적 유산 팔만대장경과 연관된 아득한 시간 너머 저편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절실하고도 애절한 사연을 사실과 허구로 넘나드는 이야기, 내용과 형식을 회통하는 구성을 통해 깔끔하게 빚어내고 있다. 그렇게 빚어진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그 위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팔만대장경의 존재를 실증적으로 자각하게 하면서도, 그것이 만들어지는 一心의 과정을 통해 인류의 보고寶庫에 대한 무한한 경외의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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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마다 문이 열리고

저자:최시은 / 출판사:산지니

▶ “그건 꽃이라기보다 상처 같다”
거칠고 복잡다단한 세계를 구현하다

최시은 작가의 첫 소설집.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세상의 문들이 열린다. 이번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에서는 폭력, 상처, 가난, 아픔 등 저마다의 삶 속에 녹아 있는 말 못할 고통의 시간들을 들여다본다. 냉동창고, 토막살인, 강간범, 개장수, 탈북 여성, 누에, 복어 등 날것의 소재들이 현장감 있게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데, 그만큼 작품 세계가 단조롭지 않다. 딸을 강간한 두 번째 남편을 고소하지만, 막상 생계를 위해 그의 항소를 도울 수밖에 없는 여자나 토막 살인범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고 그의 앞에 스스로 걸어들어 가는 여자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삶의 비릿한 냄새를 쫓아간다. 섬세한 묘사로 완성한 최시은 소설집 『방마다 문이 열리고』는 삶의 거친 숨결을 느끼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 누에고치의 고요한 웅크림과
냉동된 분노가 살아나는 활낙지의 발작

총 7편의 소설에는 쉽지 않은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성범죄자 아들과 함께 사는 엄마(「누에」), 남자 하나를 두고 싸우다 임신한 상대 여자를 만나자 말없이 돌아서는 여자(「3미 활낙지 3/500」), 자궁 적출 수술을 받은 뒤, 소설을 쓰는 여자(「환불」), 노부모와 함께 살며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여자(「그곳」) 등 녹록지 않은 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모든 소설에서 현장을 취재한 듯 꼼꼼하게 서술된 배경들과 각 인물의 상황들은 마치 어딘가에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작가 최시은은 긴장감 있게 작품을 끌고 가다 특정 부분에서는 숨 고르기를 하는데, 이는 소설 「환불」과 「그곳」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서사와 서사 사이에 사유의 공간을 적절히 배치해 작품의 배경과 상황, 인물에 대한 이입을 돕는다. 더불어 「가까운 곳」에서는 소설 초반, 동네에 풍기는 이상한 냄새와 이것이 강씨의 살인 때문임을 빠른 전개로 풀어나가다 중후반, 선생님인 정희의 이야기로 옮겨오면서 소설은 속도를 조절한다. 마치 떨리고 초조한 정희의 발걸음을 따라가듯 말이다. 이렇듯 작가는 능수능란하게 작품의 속도와 긴장감을 조절하며 독자들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인한다. 그리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들 속에는 행복해 보이는 표면 아래에 자리한 삶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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