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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Busan Novelists'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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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핑홀

저자:안지숙 / 출판사:걷는사람

소설의 주인공 유진은 아픈 엄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신장을 팔기로 결심하고 브로커 ‘비비’를 만난다. 그런데 수술대를 보니 도살업자의 작업대 같다. 수술을 취소하겠다고 하자 비비는 폭력을 쓴다. 이때 눈앞에 자잘한 얼룩들이 떠다니는가 싶더니 비비가 사라진다. 마당에서는 오토바이 탄 사내가 나타나 유진더러 타라고 한다. 유진을 구해 준 사내의 이름은 알렉스. 그가 유진을 데려간 곳은 베티가 사장으로 있는 나무달 카페다. 이 카페가 ‘디 오더’의 본거지다.
알렉스와 베티는 ‘디 오더’라는 단체의 회원으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을 삭제한 다음 스위핑홀이라는 가상의 공간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비문증처럼 떠오른 얼룩 가운데 하나가 스위핑홀의 문이 되는 것이다.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유진이 엄마를 위해 심장을 구하기까지의 여정이고, 또 하나는 천둥새를 숭배하는 부족의 신화를 품고 있는 ‘디 오더’라는 비밀단체의 이야기다. 소설은 갑질 민폐와 약탈의 행태 가운데 레드마켓, 곧 장기 불법 매매 사건을 중심에 놓고 디 오더와 약탈자 간의 승부를 다룬다.
그런 와중에 유진은 디 오더와 얽히면서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해 오고, 디 오더 요원들은 남의 삶을 약탈하는 약탈족을 찾아내 제거한다. 약탈족은 대체로 중장년층과 노인 세대이다. 급속한 경제 발전과 자본주의가 만든 사회 구조 탓이다.
소설의 화자인 유진은 디 오더 요원인 알렉스와 베티를 만나고,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를 만나 심장을 구하는 여정에서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 정의란 무엇인가, 윤리적 삶은 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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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타는 죄가 없어요, 아버지!

저자:나여경 / 출판사:전망

나여경 소설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다. 인간 내면의 상처와 치유에 천착해 온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하여 타자에게로 더 깊이 다가가고자 한다. 여섯 편의 단편 모두 현재 우리 사회가 지닌 모순들을 날카롭게 드러내면서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안타까운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운세 운명을 믿지 않는 청년의 아이러니한 죽음, 배달 중 쏟아진 붉은 피 흘리는 아귀찜을 주워 담는 투잡 청년의 고단한 삶, 관계의 어긋남으로 빚어진 방화사건, 참담한 사고의 기억을 온전히 망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두 친구, 각기 다른 양상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시장 사람들, 독처럼 스민 질투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우리네 공동체 삶에 관한 서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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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고래의 뿔

저자:유연희 / 출판사:강

유연희의 세번째 소설집 『일각고래의 뿔』은 그의 전작 『무저갱』(북인, 2011), 『날짜변경선』(산지니, 2015)과 더불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로 채워져 있다. 바다를 향한 작가의 관심에는 국내 최대의 항구도시인 부산에 연고를 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집요함이 엿보인다.
바다를 무대로 한 만큼 『일각고래의 뿔』에 실린 소설들에서 뭍을 떠난 뱃사람들의 항해는 곧잘 인생행로에 비유되곤 한다. 광막한 바다 위에서 어둠과 시커먼 파도를 헤치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등대의 불빛을 따라 뱃머리를 돌리는 일이 어찌 인생과 다를 수 있을까. 더욱이 “태어난 땅에서 가족들과 살다 죽는 것은 옛말”이 된 시대에 방랑은 통과의례이고, 개척 정신은 필수 덕목인지도 모른다. 불법 포경 단속을 피해 일본으로 건너간 인물들의 이야기인 「일각고래의 뿔」을 포함하여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제각기 어떤 이유로든 고향을 떠나 바다와 이국의 땅을 헤맨다. 그들은 여행을 통해 잠깐의 모험과 도전을 꿈꾸기도 하고(「마지막 테라스 만찬」), 휴양지에서 맞닥뜨린 대자연의 공포 앞에 주눅이 들기도 하며(「송어회는 이 인분」), 이국땅에서 풍토병과 향수에 시달리기도 한다(「블루 시드」). 방랑과 정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이 인물들은 안정된 생활을 바라는 욕망과 더 나은 삶을 위한 도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삶의 아이러니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유연희의 소설에서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오랫동안 바다가 전형적인 남성들의 공간이었다는 점일 것이다. 루카치가 근대소설을 두고 “성숙한 남성의 형식”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모험을 통해 자기 내면의 진정성을 찾는 근대적 주체란 곧 남성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근대적 주체의 진정성이 바다와 같은 혹독한 세계와의 대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선원들의 강인한 육체에 새겨진 남성성은 근대적 주체의 필수 조건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의 이름을 여성의 이름으로 지어온 뱃사람들의 전통에서 “여자를 그리워하는 뱃사람들의 허기와 갈증을 이용해 항해의 고단함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무저갱」, 『무저갱』)를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이렇듯 오랫동안 모험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여성은 고향을 떠나 방황하는 근대적 주체들이 귀향할 장소를 상징하는 낭만적 대상으로 재현되곤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바다라는 모험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남성적 플롯이 유연희의 소설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를, 여성 인물들이 그 플롯 속에서 어떤 전망을 얻게 되는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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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냥

저자:황인규 / 출판사:인디페이퍼

『책사냥』(황인규 작, 인디페이퍼 펴냄)은 엄격한 중세수도원에서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어떤 책일까? 신본주의가 만연한 중세에서 금서로 치부된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는 쾌락주의를 표방한 에피쿠로스학파의 바이블이다. 긍정적 인생관과 자유로운 삶의 양식을 추구하는 가운데 비신성적(무신론이 아니다) 윤리 체계를 주장하는 사상이 담겨 있다. 에피쿠로스학파는 쾌락을 훌륭한 시민생활의 기준으로 삼지만 결코 방탕한 생활을 옹호하지 않는다. 일상에서의 소박한 즐거움, 한정된 범주 내에서의 쾌락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피쿠로스학파를 단순히 쾌락을 추구하는 주의로 간주한 수도원의 지도자들은 인간의 타락을 용인할 수 없다며 이 책의 열람과 대출, 필사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인문주의의 세례를 받은 주인공 포조는 이단서적이라는 처분을 받고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이 책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 엄격한 중세 신본주의 사회에서 발견된 그 책
소설은 엄격한 중세 신본주의 사회를 보여주기 위해 이단심문의 현장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하늘을 찌르는 교황의 권위에 도전한 프라하 사람 히에로니무스와 보헤미아 사람 얀 후스에 대한 화형이 소설 전반부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뤄진다. 그런 사회에서, 그것도 신본주의가 가장 엄격한 수도원에서 천년 동안 봉인된 책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구하기 위한 책사냥꾼의 아슬아슬한 모험에 독자들은 두근두근할 수밖에 없다. 시인이자 평론가 이승하는 발문에서 “도둑질하는 부분의 박진감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못지않고, 중세시대 유럽의 서체(타이포그래피)와 문헌들에 관한 박물학적 지식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을 능가한다.”고 극찬했다.

* 근대의 바탕 인문주의에서 자아를 찾다
작가 황인규는 한국 소설 작가 중에서도 독특하게 국내를 벗어나 해외의 역사적 인물에 천착해왔다. 전작인 『마지막 항해』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동항로의 탐험가인 허드슨이나 이번 신작 『책사냥』의 포조가 그 예다. 이처럼 국내 작가가 허드슨이나 포조 같은 인물을 재조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당시의 그 나라 문화에서부터 역사, 지리 등 우리가 알기 어려운 다양하고도 세밀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사냥』을 쓰기 위해 작가가 참고한 책만 해도 수십 권에 수백 편의 논문까지 세세히 훑어야 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작가가 허드슨이나 포조 같은 이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는 신의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이 자연을 개척하고(허드슨), 인문주의의 밑거름이 된 책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을 세상에 알렸기(포조) 때문이다. “르네상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근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내 사유체계의 유래를 알아보는 것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내 의식의 근본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한 작가의 말처럼 그는 협량한 세계관을 벗어나 근대를 향하는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문주의의 인물들을 소설로 되살려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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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일의 여정

저자:이인규 / 출판사:푸른고래

2019년 3월
북미 하노이 회담 결렬 후
중국 북경으로 건너간
김여정의 실종을 다룬
본격 정치. 미스터리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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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복도로의 꿈

저자:임회숙 / 출판사:강

그리움의 크기만큼 외로운 사람들, 그렇게 어떤 결핍 속에서 나날의 고난을 살아내는 그 사람들에게 임회숙은 어떻게 해서든 희망을 전해주려고 한다. 그런 억지스러움은 정교하고 세련된 여느 소설들의 완미한 아름다움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투박하고 고집스럽고 끈질기기까지 한 그 일관됨에서, 오히려 불미함의 어떤 순수한 힘이 느껴진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희망을 가져보자고 건네는 다독거림일까, 『산복도로의 꿈』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들은 정말 하나의 예외 없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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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숲

저자:조갑상 / 출판사:산지니

『밤의 눈』으로 제28회 만해문학상을 수상한 조갑상 소설가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소설에서는 여산의 삼산면을 배경으로 작가가 오랫동안 견지해온 ‘보도연맹 사건’과 함께 ‘국가보안법 사건’을 다루며 우리 현대사의 아픈 단면을 살펴본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전후로 이념대립이 가져온 피바람이 이웃과 이웃, 개인과 개인을 갈갈이 찢어놓는 상황. 작가는 여산이란 마을, 큰산이란 가상의 공간을 설정했다. 『보이지 않는 숲』은 여기서 벌어지는 보도연맹, 국가보안법, ‘한국사회의 이해’ 교재 사건, 세 가지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차마 입도 벙긋할 수 없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김인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펼쳐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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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바깥

저자:김민혜 / 출판사:푸른사상

김민혜 소설집 <기억의 바깥> 이 푸른사상 소설전 38로 출간되었다. 현대 사회에 자리한 짙은 그늘에서 부단히도 현실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8편을 담은 소설집이다.
각자 인물들이 내면의 깊은 곳을 응시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담백하고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어 독자들에게 따스한 온기를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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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들의 이웃들

저자:오영이 / 출판사:산지니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소외의 문제를 끈질기게 탐구하는 오영이 소설가가 소설집 『펭귄의 이웃들』을 출간했다. 가정폭력은 사그라지지 않는 사회 문제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2021년, 무려 40명의 아이가 아동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가정폭력 역시 신고 건수는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명절 연휴 기간에는 4천여 건의 신고가 접수된다. 왜 가정폭력은 근절되지 않을까. 가정이 사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적인 공간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고, 그 속에 폭력은 방치된다. 오영이는 이 사적 공간을 내밀하게 묘사하여 은폐된 폭력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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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그리기

저자:신호철 / 출판사:문이당

이 작품집에서 그리는 병리적 현실은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가족이나 사회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작가는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당하는 통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포착하고 기술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인 병인病因을 통해서 인과론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설의 문법 역시 대단히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물론 통각에 대한 명료한 표현과 병리적 현실에 대한 논리적 선명함은, 독자들에게 그 사태와 상황을 명쾌하게 파악할 것을 요청하는 나름의 소설적 방법일 것이다.
「원 그리기」의 주인공 정세림은 간호사이다. 세림은 헤어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독에 빠져든 여자이다. 세림의 고통은 유년시절에 당한 오빠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데서 발원한다. 연놀이를 하다가 미루나무에 걸려버린 연을 오빠가 대신 내리려다가 추락사고를 당했고, 결국 오빠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장애를 입고 말았다. 오빠는 나날이 몸만 비대해지면서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고, 그를 벗어나지 못하게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세림은 위내시경 검사 후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채로 운전을 해서 거제의 본가로 가다 결국 큰 사고를 당한다. 출혈과 골절을 입고 온몸에 통증이 파고드는 가운데서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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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리카

저자:김지현 / 출판사:호밀밭

김지현 작가가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써 내려간 작품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소설집 속 작품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전반부 작품들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온 해묵은 감정을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우연한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후반부는 전염병이나 이상 기후와 같은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 놓인 개인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전반부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탓에 움츠러들고 예민해진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반부 작품들에서는 인물들에게 집 ‘밖’의 재난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한편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새 얼굴’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들은 가족의 내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얼굴로부터, 열패와 좌절의 얼굴로부터,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기이하고 추한 얼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벗어나려 애쓸수록 그들의 몸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옥죄는 ‘운명’ 앞에서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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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말이 없다

저자:박정선 / 출판사:푸른사상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이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어 수학여행을 떠나던 학생들을 비롯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 당시 정부의 부실한 대응, 해경의 소극적인 구조,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 등은 전 국민을 분노와 비탄에 빠뜨렸다. 참사가 벌어진 그날, 바다를 가린 자욱한 안개처럼 진실은 깊은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거대한 파도에 희생된 아이들을 떠올리며, 박정선 작가는 이 소설을 썼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나’는 제사에 참석하러 고향 동거차도에 내려왔다가 뱃일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바다에 나가, 바다 폭포라고 불릴 정도로 물살이 센 맹골수에 휩쓸려 전복되는 여객선을 발견한다. 어선들이 달려들어 구조하려 했지만, 선장은 승객을 두고 무책임하게 탈출하고 구조대의 초동 대처 실패로 인해 여객선에 갇힌 수백 명의 목숨은 저 깊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고향 땅에서,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사건을 목격하고 서울로 돌아온 ‘나’는 정치적 이념에 얽매여 유가족을 향해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직장 상사와 분위기에 휩쓸려 이에 동조하는 동료들, 그에 맞서 싸우는 젊은 직원 이민구 사이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라는 이름은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진실 공방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고, 진상 규명을 위해 고군분투한 유가족들은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냐’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 자본주의와 그것을 이끈 정치 권력이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자본과 권력 앞에 인간의 존엄이 파괴당한 탓에 이제 막 꿈을 향해 발돋움하는 어린 청소년들이 하늘나라의 별이 되고야 만 것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서 떨고 있을 꽃 같은 아이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을 시인들은 당시 시로 묶어냈다. 그러나 소설은 많지 않았다.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꽃들은 말이 없다」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 왜 그럴까, 소설이 왜 이렇게 늦게야 나왔을까? 작가는 너무 아파 차마 발표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끝내 작가적 소명 의식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했는데, 작가의 그 소명 의식은 곧 우리 모두의 소명 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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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연기법

저자:정광모 / 출판사:강

정광모의 신작 장편 『어둠의 연기법』은 주인공인 화성 연쇄살인범 ‘나’(두 건의 살인만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장면에서 소설을 시작함으로써 선행 텍스트의 영향을 아예 인물 내부로 던져 넣는다. 일종의 정면돌파라 할 만한데, 역설적으로 참신한 소설적 상상의 입구를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 「살인의 추억」은 단순히 현실 사건의 상상적이고 예술적인 외부가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내부로 접혀 들어가서 현실 사건에 포함되고 그것을 사후적으로 재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선택은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은 말 그대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구성적 외부이기도 한 것이다.
다른 한편, 영화가 개봉했을 때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진범 이춘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어둠의 연기법』은 사건의 실재에 대한 독자적인 서사와 상상을 여투어둔 채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소설에서는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나’와는 별개로 화성에서 훨씬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른 도광수라는 존재를 상정한다. 그리고 ‘나’와 도광수의 조우를 특별한 서사적 사건으로 준비하여, 이로부터 악에 대한 ‘나’의 자기기만적 억견과 망상이 자라 나오게 만든다. ‘나’가 자신의 살인을 다룬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영화와 연기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가 『어둠의 연기법』의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면, ‘나’와 도광수의 이야기는 악에 대한 질문과 탐구라는 소설의 또 다른 목표를 향한 내밀하고 심층적인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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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옥수

저자:김문홍 / 출판사:연극과인간

1980년 〈수직환상〉을 시작으로 지금도 왕성하게 극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김문홍의 여섯 번째 희곡집이다. 작가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부산 지역 극단들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 희곡집에는 ‘사랑 4부작’이라고 이름 붙인 네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섬섬옥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부산 지역의 극단 한새벌에 의해 공연되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애끊다〉는 역시 부산 지역의 극단 이그라에 의해 공연된 작품으로, 아비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애증에 읽힌 부자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섶자리〉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섶자리’를 배경으로 가족 간의 혈육적인 사랑을 탐구한 작품이다.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는 조선 정조 치세에 광기와 저항으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과 예술혼을 다룬 야심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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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조선

저자:안지숙, 이현숙, 김민혜 / 출판사:나무달

남성 중심의 사회인 조선에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낸 여성들의 삶과 운명을 소설로 그려낸 작품집이다.
조선여성 일곱 명이 온몸으로 밀어 올린 삶은 페미니즘을 남혐과 여혐을 부추기는 무기로 휘두르는 현실에 반성과 성찰의 거울이 돼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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