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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신월: 다시 환상을 꿈꾸다
저자:최정희 / 출판사:전망
최정희 소설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첫 소설집에서 주인공인 여성 화자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면, 이번 소설집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등장한다. 노년의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는 「능소화 필 때」를 비롯하여, 「신월新月 - 다시 환상을 꿈꾸다」에서는 고아라는 출신과 안락사 문제를 소설의 배경이 되는 유럽의 역사와 더불어 성찰하고 있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지만,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작별의 시간이 주어지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단편이다. 「신월新月 - 다른 이야기」는 사업 실패 후 백수로 살아가는 남편과 가족 부양을 위해 택시 운전을 하는 여자의 삶을 그리고 있으며, 「반짝이던 동전」은 연탄 공장 인근의 판자촌 마을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어린 시절 겪은 사건과 현재 마을의 개발과정에 얽혀 일어나는 사건을 연결하여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바라춤」은 보도연맹사건을 배경으로 70여 년 전 희생자였던 한 할아버지의 삶에서 그의 손자에 이르는 가족사를 통한 굴곡진 역사를 다루고 있고, 「구름바다, 모래성」은 해운대를 배경으로 설화와 현실을 오가며 어려웠던 서민의 삶을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역사적 시공간 속에 놓여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서사를 통하여 인간 삶의 의미, 더 나아가 공동체적 삶의 윤리적 역사적 의미까지 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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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케플러가 만난 지구
저자:고금란 / 출판사:호밀밭
전염병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어느 봄날 새벽, 우주선 천마호를 타고 온 호세가 간월산 정상에 나타난다. 우주인들의 지령을 받은 그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세 개의 열쇠를 구해 21일 만에 떠나야 한다. 호세의 열쇠 찾기 행로에는 수정마을에 사는 한별이를 비롯해 인디 가수이자 환경운동가인 곡두, 고택을 복원하는 데 모든 것을 건 재우, 금줄개구리 지킴이 지우 스님, 철학관 주인 부산댁, 비단벌레 지킴이 손씨가 함께한다. 손씨가 발견한 수로를 통해 동해 수중왕릉으로 들어간 호세와 한별이는 해룡이 된 문무왕을 만나고 옥룡 목걸이를 얻는다. 이어서 호세는 참새와 여왕개미들의 공조 작전으로 천전리 각석 절벽 밑에 있는, 공룡 화석을 손에 넣는다. 그리고 마침내 구형왕릉에서 지우 스님과 부산댁이 구해온 운석을 건네받는 것으로 세 개의 열쇠 찾기 임무를 완수한다. 한편, 역할을 완수한 호세는 날이 어두워지자 천마호를 타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서는데…. 『케플러가 만난 지구』는 신라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흐름 속에서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보전의 메시지를 곳곳에 심은 장편소설이자, 산문집과 소설집을 주로 펴낸 70대 여성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첫 SF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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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개미와 불개미
저자:정혜경 / 출판사:전망
「개미와 불개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만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와 마주하고 있다. 가진 것 없어 구차하고 신산스럽지만, 그래서 희망이 없다고들 말하고 있는 자리에서 있지만, 그들은 기어이 꿈을 꾼다. 용접공과 무속인의 죽음, 거문고 연주자, 학교 폭력, 지적 장애를 가진 이의 마음의 무늬 등 껍데기만 말할 뿐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외면한 삶의 속살, 마음의 무늬를 그리고 있다. 표제작 「개미와 불개미」는 개미처럼 힘없는 이들이, 어떻게 타자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티끌 같은 개미들이 수없이 밟혀나가면서도 땅속 개미집과 조직력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도 벌과 함께 살아남은 것처럼, 사악한 이들의 탐욕만큼이나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연대가 지니는 더 큰 희망의 빛을 그리고 있다. 「주인 없는 집」은 한 무속인의 삶과 죽음을 통해 비빌 언덕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무속인이라는 특별한 삶을 영위했기에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인간 군상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품위 있는 마무리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검은 현」은 거문고 연주자의 삶에 들이닥친 낯선 방문객과도 같은 늪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움으로써 기어이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깊고 푸른 잠」은 이기심에 눈이 멀어 첫 단추를 잘못 여민 주인공이 30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자신의 오판을 깨닫게 되고, 참담한 절망의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속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안단테 안단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모를 감당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느리게, 세세히 보아야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있다. 마치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존재함을, 만 오천 번을 외워야만 익혀지는 특별한 시간을 살다 간 지적 장애아이의 삶을 통해 그리고 있다. 「승진의 하루」, 「하이드의 마지막 선물」에서는 삶의 쓸쓸한 뒤 안에서 무상함을 맛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무늬라는 사실을 주인공들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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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저자:장미영 / 출판사:산지니
‘말하지 않음’, ‘말해지지 않음’의 가장자리에 맴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등단 이후 꾸준히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온 장미영 소설가가 첫 소설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를 출간했다. “7편의 소설들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오현석 문학연구자는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독자들을 끊임없이 진실과 거짓 판단을 해야 할 심판대에 올려서 시험하고 있다”며 소설을 상찬한다. 저자는 일곱 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좇기를 시도하며 타인과 연결되려 하는 청년,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기억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가족, 진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남을 기만하는 인물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 실린 단편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과 거짓은 어떻게 나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 무기력한 현실 속 자신의 꿈을 좇는 청년들 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의 주인공 지웅은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해 작은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지웅에게는 좋아하던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났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의지도 열정도 없다. 어느 날 지웅이 사는 빌라에 한 여자가 이사 온다. 여자의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지웅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꽃, 동물, 새, 모든 것들은 말이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짓이 없다는 거야.(64쪽) 「그룹 헤로인」은 예술과 사랑의 경계에 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김준은 예술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헤로인’의 리더 병화 형을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준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 가인과 병화 형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주변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찾아 병화 형의 집으로 향한다. ✏ 거짓은 어떻게 진실이 되는가 「거짓말의 기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민서 엄마는 민서 귀의 상처를 이유로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인 주인공에게 어린이집 운영과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CCTV를 통해 아무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는데도 민서 엄마는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함께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주인공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는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점점 지쳐간다. 「타로텔러」는 미래를 예견하는 무당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신내림을 거부하고 타로텔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녀는 타로점을 보러 온 손님을 큰 위험으로부터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거부하지만,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동네 현보」에는 상반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늘 웃고 다니는 말더듬이 현보는 동네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현보의 동생 현수는 형과 달리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동네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현보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현수의 말에는 적극 동조한다. 현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형에게 뒤집어씌운다. 주인공 연희는 현보와 현수를 통해 사실이 아님에도 진실이 되고 사실임에도 거짓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 거리는 얼마나 될까. 사실이라도 믿어 주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믿어 버리면 곧 진실이 된다. 믿어 주지 않는 진실, 믿어 버린 거짓.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233쪽) ✏ 웅크리고 있던 기억의 파편을 대면할 때 「끝나지 않은 약속」의 주인공 진수는 딸 채영을 홀로 키우며 지낸다. 아내 수진은 채영을 낳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채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를 본 적 없다. 분명 채영의 기억에 엄마는 없는데 어느 날부터 채영은 자꾸 생전 수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아줌마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줌마와 대화하고 선물을 받고, 수진과 진수가 살았던 돌산마을을 찾아가기도 한다. 진수는 채영을 통해 피하려 했던 과거 수진의 기억과 마주한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수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줘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에서 수진과 나의 손수건을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채영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채영이를 목말 태웠다.(104-105쪽) 「붉은 벽돌집」은 해리성 무감각증을 진단받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소 일을 하는 준상은 붉은 벽돌집의 청소를 맡는다. 가출 청소년들이 어지럽힌 벽돌집 안에서 준상은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갑작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한다. 수많은 장면으로 인과성 없이 쪼개진 기억은 선후관계도, 원인과 결과도 없다. 의식 곳곳에 박힌 기억은 시시때때로 준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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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배달의 천국
저자:김옥숙 / 출판사:산지니
▶ 비대면과 익명성, 그 달콤한 가면 뒤에 숨은 악마. 홀 장사 매출이 떨어지자 배달 장사에 뛰어든 식당사장 만석. 배달 시스템이 가진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진상손님이 전에 비해 훨씬 늘어 골치 아프다. 툭하면 “환불해 주세요”, “리뷰에 올릴 거예요”라며 ‘리뷰 갑질’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환불도 해 주고, 사과도 해 줘야 별점 테러를 막을 수 있으니 참는 수밖에. 배달 주문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식당의 리뷰는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구매자는 배달 앱 리뷰를 확인한 후 평점이 높고 리뷰가 좋은 식당을 선별해 주문을 하니, 만석도 여느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리뷰 관리에 온종일 전전긍긍이다. 리뷰어는 바로 이 점을 악용한다. 평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리뷰 관리에 공을 들이는 식당사장을 노리고 익명의 리뷰어들은 별점 테러를 저지르며 식당사장에게 ‘왕’으로 군림하려는 악랄한 심보를 보이는 것이다. 배달 앱에서 구매자는 닉네임을 사용해 리뷰를 단다. 이들이 식당에 근거 없는 악플을 달며 활개치고 다녀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닉네임, 익명이라는 가면 뒤 악플러가 휘두르는 폭력에 식당주인은 그저 당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악플러는 존재했고, 이 악플러는 누군가를 울리고 또 죽였다. 하지만 유례없는 전염병의 유행으로 우리 사회는 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접촉만 허용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갔다. 이렇듯 ‘비대면 친화적’인 일상의 도래는 그 비대면의 특성을 이용한 더 많은 악마를 키우기에 이르렀다. ▶ 약자와 약자가 벌이는 일상의 각개 전투 외출도, 샤워도 삼간 채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것이 낙인 은둔자 민성. 민성은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먹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그리고 무언가 불만이 생겼을 때 그 식당에 리뷰로 갑질하는 것은 더 즐겁다. 허위로, 과장해 인신공격까지 해 대는 이 리뷰는 악플이다. 민성이 아무리 심한 악플을 달아도 대부분의 식당사장은 되레 민성에게 죄송하다고 한다.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권력을 가진 자의 기분. 누군가의 위에 있다는 기분. 이 짜릿함에 민성은 ‘악플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민성으로 하여금 ‘프로 악플러’가 되도록 만든 것일까. 민성에게 학교는 정글이었고 지옥이었다. 아이들은 살찐 민성을 보기만 하면 돼지라고 놀렸다. 여럿이 둘러싸고 민성을 이유 없이 때렸다. (중략) 민성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중략) 엄마는 민성의 축축한 바지를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뜸 등짝을 후려쳤다. 엄마는 이게 과연 내 새끼가 맞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민성은 엄마가 등짝을 세게 후려쳤을 때, 엄마에게도 외면당한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날, 민성의 어린 영혼은 유리컵처럼 깨지고 말았다. _p. 116~118 민성은 유년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고 집에서는 엄마의 차별과 힐난에 시달렸다. 수치스러운 경험을 당하고 그것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된 민성. 원망, 분노, 열등감이라는 감정의 복합체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 무고한 이에게 그 감정을 표출하는 악마가 되고 말았다. 노동운동가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한 선호 형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나라는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야.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는 없어. 어쩌면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이 가게 이름을 그리운 나라로 지은 건지도 몰랐다. _p. 78 20대 시절, 만석과 함께 자동자 부품공장에서 근무하며 친해진 선호는 당시 공장이 폐업하게 되자 폐업반대 투쟁을 이끈 공장 노조위원장이었다. 이후 호프집을 열어 장사를 시작했고, 이 가게는 대학로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역시 코로나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가게와 직원의 규모를 줄이며 고군분투했으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 주머니 사정에 선호는 직접 배달 라이더가 되어 배달을 다닌다. 입버릇처럼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는 선호에게서 우리 사회 수많은 자영업자가 외치는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결코 약자를 뒤돌아보지 않는다. 약자는 각자도생으로 마주한 정글을 탈출하여 살아남기 위해 생존 전투를 벌일 뿐. 서로가 서로를 베고 도려내고 후벼 파는 이 전투는 낙오하지 않기 위한 저마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 플랫폼 자본주의 작동 방식의 명과 암 휴대폰에 배달 앱을 다운받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배달 앱은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배달 앱과 배달 대행 플랫폼의 발달은 바쁜 현대인에게 빛이 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둠으로 자리 잡았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총알배송….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배달 서비스. 배달되는 물건의 종류는 커피 한 잔에서부터 무거운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배달 안 되는 게 없는 신세계에서 살고 있는 지금. 하지만 플랫폼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성 이면에는 그 편리를 위해 땀 흘리며 죽어 가는 노동자가 있다. 배달 앱과 같은 플랫폼은 고객의 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여기에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그러고는 고객과 노동자를 연결해 줌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플랫폼에는 무수한 데이터가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자영업자는 이 플랫폼을 거치는 방법을 택한다. 자영업자는 플랫폼에 직접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구속된 것처럼 그 안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쏟는다.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착취의 굴레를 쓰는 것이다. 이제 플랫폼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거대 공룡이 되었다. 『배달의 천국』에는 영세 자영업자를 착취의 구조로 밀어 넣는 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어둠과 잠깐 기댈 벽조차 빼앗겨 버린 사회 약자의 초상이 함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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