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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개미와 불개미
저자:정혜경 / 출판사:전망
「개미와 불개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나미에 쓸려가는 것만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악재와 마주하고 있다. 가진 것 없어 구차하고 신산스럽지만, 그래서 희망이 없다고들 말하고 있는 자리에서 있지만, 그들은 기어이 꿈을 꾼다. 용접공과 무속인의 죽음, 거문고 연주자, 학교 폭력, 지적 장애를 가진 이의 마음의 무늬 등 껍데기만 말할 뿐 진실을 보여주지 않는 세상에서 우리가 외면한 삶의 속살, 마음의 무늬를 그리고 있다. 표제작 「개미와 불개미」는 개미처럼 힘없는 이들이, 어떻게 타자화되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티끌 같은 개미들이 수없이 밟혀나가면서도 땅속 개미집과 조직력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졌을 때도 벌과 함께 살아남은 것처럼, 사악한 이들의 탐욕만큼이나 가진 것 없는 이들의 연대가 지니는 더 큰 희망의 빛을 그리고 있다. 「주인 없는 집」은 한 무속인의 삶과 죽음을 통해 비빌 언덕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무속인이라는 특별한 삶을 영위했기에 접할 수 있었던 수많은 인간 군상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품위 있는 마무리의 의미를 그리고 있다. 「검은 현」은 거문고 연주자의 삶에 들이닥친 낯선 방문객과도 같은 늪에서도 예술혼을 불태움으로써 기어이 극복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깊고 푸른 잠」은 이기심에 눈이 멀어 첫 단추를 잘못 여민 주인공이 30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자신의 오판을 깨닫게 되고, 참담한 절망의 시간을 맞이하는 마음속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안단테 안단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어마어마한 변모를 감당해야 하는 이 세상에서 느리게, 세세히 보아야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있다. 마치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반드시 존재함을, 만 오천 번을 외워야만 익혀지는 특별한 시간을 살다 간 지적 장애아이의 삶을 통해 그리고 있다. 「승진의 하루」, 「하이드의 마지막 선물」에서는 삶의 쓸쓸한 뒤 안에서 무상함을 맛보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삶의 무늬라는 사실을 주인공들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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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
저자:장미영 / 출판사:산지니
‘말하지 않음’, ‘말해지지 않음’의 가장자리에 맴돌고 있는 진실은 무엇일까? 등단 이후 꾸준히 현대인의 모순된 심리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온 장미영 소설가가 첫 소설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를 출간했다. “7편의 소설들은 ‘말함과 말하지 않음’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진실과 거짓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오현석 문학연구자는 해설 「언어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진실들」을 통해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의 독자들을 끊임없이 진실과 거짓 판단을 해야 할 심판대에 올려서 시험하고 있다”며 소설을 상찬한다. 저자는 일곱 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 또는 타인과의 사이에서 이유 모를 혼란과 관계 변화를 겪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막막한 현실 속에서도 꿈을 좇기를 시도하며 타인과 연결되려 하는 청년,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기억으로 인해 혼란을 느끼는 가족, 진실을 사실대로 밝히지 않음으로써 남을 기만하는 인물들.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에 실린 단편을 통해 독자들은 선과 악이라는 윤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진실과 거짓은 어떻게 나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 무기력한 현실 속 자신의 꿈을 좇는 청년들 표제작 「사려니 숲의 휘파람새」의 주인공 지웅은 남들보다 소리에 민감해 작은 소리까지 구분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하루하루 무기력한 삶을 살던 지웅에게는 좋아하던 휘파람새 소리를 들으러 길을 떠났다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기억만이 강렬하게 남아 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할 의지도 열정도 없다. 어느 날 지웅이 사는 빌라에 한 여자가 이사 온다. 여자의 집에서 나는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지웅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워간다. 꽃, 동물, 새, 모든 것들은 말이야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거짓이 없다는 거야.(64쪽) 「그룹 헤로인」은 예술과 사랑의 경계에 선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다. 김준은 예술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밴드 ‘헤로인’의 리더 병화 형을 예술가로서 존경하는 준은 어느 날 자신의 여자친구 가인과 병화 형의 불륜 장면을 목격한다. 하지만 준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주변 관계를 정리하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예술을 찾아 병화 형의 집으로 향한다. ✏ 거짓은 어떻게 진실이 되는가 「거짓말의 기원」은 최근 대두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민서 엄마는 민서 귀의 상처를 이유로 어린이집 담임 선생님인 주인공에게 어린이집 운영과 관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CCTV를 통해 아무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는데도 민서 엄마는 지속적인 민원 제기와 함께 어린이집 홈페이지에 글을 쓰고 주인공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과 상담까지 받게 되는 주인공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싸움에 점점 지쳐간다. 「타로텔러」는 미래를 예견하는 무당 엄마의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신내림을 거부하고 타로텔러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타인의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녀는 타로점을 보러 온 손님을 큰 위험으로부터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긴다.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끊임없이 거부하지만,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우리 동네 현보」에는 상반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늘 웃고 다니는 말더듬이 현보는 동네 사람들의 구박을 받는 인물이다. 현보의 동생 현수는 형과 달리 똑똑하고 합리적인 인물이다. 동네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사람들은 현보의 말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고 현수의 말에는 적극 동조한다. 현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이용하여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형에게 뒤집어씌운다. 주인공 연희는 현보와 현수를 통해 사실이 아님에도 진실이 되고 사실임에도 거짓이 되는 현실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사실과 진실 사이 거리는 얼마나 될까. 사실이라도 믿어 주지 않으면 거짓이 된다. 하지만 거짓이라도 믿어 버리면 곧 진실이 된다. 믿어 주지 않는 진실, 믿어 버린 거짓.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233쪽) ✏ 웅크리고 있던 기억의 파편을 대면할 때 「끝나지 않은 약속」의 주인공 진수는 딸 채영을 홀로 키우며 지낸다. 아내 수진은 채영을 낳고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채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엄마를 본 적 없다. 분명 채영의 기억에 엄마는 없는데 어느 날부터 채영은 자꾸 생전 수진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은 아줌마 이야기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줌마와 대화하고 선물을 받고, 수진과 진수가 살았던 돌산마을을 찾아가기도 한다. 진수는 채영을 통해 피하려 했던 과거 수진의 기억과 마주한다. 오늘이 그날인 것 같다. 수진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줘야 할 시간이 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갔다. 서랍에서 수진과 나의 손수건을 꺼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채영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나는 채영이를 목말 태웠다.(104-105쪽) 「붉은 벽돌집」은 해리성 무감각증을 진단받고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단절된 채 삶을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다. 청소 일을 하는 준상은 붉은 벽돌집의 청소를 맡는다. 가출 청소년들이 어지럽힌 벽돌집 안에서 준상은 남겨진 물건들을 보고 갑작스러운 과거의 기억을 마주한다. 수많은 장면으로 인과성 없이 쪼개진 기억은 선후관계도, 원인과 결과도 없다. 의식 곳곳에 박힌 기억은 시시때때로 준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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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배달의 천국
저자:김옥숙 / 출판사:산지니
▶ 비대면과 익명성, 그 달콤한 가면 뒤에 숨은 악마. 홀 장사 매출이 떨어지자 배달 장사에 뛰어든 식당사장 만석. 배달 시스템이 가진 비대면이라는 특성상 진상손님이 전에 비해 훨씬 늘어 골치 아프다. 툭하면 “환불해 주세요”, “리뷰에 올릴 거예요”라며 ‘리뷰 갑질’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환불도 해 주고, 사과도 해 줘야 별점 테러를 막을 수 있으니 참는 수밖에. 배달 주문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식당의 리뷰는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구매자는 배달 앱 리뷰를 확인한 후 평점이 높고 리뷰가 좋은 식당을 선별해 주문을 하니, 만석도 여느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리뷰 관리에 온종일 전전긍긍이다. 리뷰어는 바로 이 점을 악용한다. 평점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리뷰 관리에 공을 들이는 식당사장을 노리고 익명의 리뷰어들은 별점 테러를 저지르며 식당사장에게 ‘왕’으로 군림하려는 악랄한 심보를 보이는 것이다. 배달 앱에서 구매자는 닉네임을 사용해 리뷰를 단다. 이들이 식당에 근거 없는 악플을 달며 활개치고 다녀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닉네임, 익명이라는 가면 뒤 악플러가 휘두르는 폭력에 식당주인은 그저 당하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 시대 이전에도 악플러는 존재했고, 이 악플러는 누군가를 울리고 또 죽였다. 하지만 유례없는 전염병의 유행으로 우리 사회는 누군가와 거리를 두고, 최소한의 접촉만 허용하는 문화에 길들여져 갔다. 이렇듯 ‘비대면 친화적’인 일상의 도래는 그 비대면의 특성을 이용한 더 많은 악마를 키우기에 이르렀다. ▶ 약자와 약자가 벌이는 일상의 각개 전투 외출도, 샤워도 삼간 채 하루 종일 집 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배달 음식 시켜 먹는 것이 낙인 은둔자 민성. 민성은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그 음식을 먹는 과정이 너무나 즐겁다. 그리고 무언가 불만이 생겼을 때 그 식당에 리뷰로 갑질하는 것은 더 즐겁다. 허위로, 과장해 인신공격까지 해 대는 이 리뷰는 악플이다. 민성이 아무리 심한 악플을 달아도 대부분의 식당사장은 되레 민성에게 죄송하다고 한다.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권력을 가진 자의 기분. 누군가의 위에 있다는 기분. 이 짜릿함에 민성은 ‘악플 게임’을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민성으로 하여금 ‘프로 악플러’가 되도록 만든 것일까. 민성에게 학교는 정글이었고 지옥이었다. 아이들은 살찐 민성을 보기만 하면 돼지라고 놀렸다. 여럿이 둘러싸고 민성을 이유 없이 때렸다. (중략) 민성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중략) 엄마는 민성의 축축한 바지를 보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대뜸 등짝을 후려쳤다. 엄마는 이게 과연 내 새끼가 맞나, 하는 표정을 지었다. 민성은 엄마가 등짝을 세게 후려쳤을 때, 엄마에게도 외면당한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그날, 민성의 어린 영혼은 유리컵처럼 깨지고 말았다. _p. 116~118 민성은 유년 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고 집에서는 엄마의 차별과 힐난에 시달렸다. 수치스러운 경험을 당하고 그것을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 채 어른이 된 민성. 원망, 분노, 열등감이라는 감정의 복합체는 어느새 괴물이 되어 무고한 이에게 그 감정을 표출하는 악마가 되고 말았다. 노동운동가에서 자영업자로 변신한 선호 형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 나라는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가 아니야.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는 없어. 어쩌면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가 없기 때문에 이 가게 이름을 그리운 나라로 지은 건지도 몰랐다. _p. 78 20대 시절, 만석과 함께 자동자 부품공장에서 근무하며 친해진 선호는 당시 공장이 폐업하게 되자 폐업반대 투쟁을 이끈 공장 노조위원장이었다. 이후 호프집을 열어 장사를 시작했고, 이 가게는 대학로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역시 코로나의 직격탄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가게와 직원의 규모를 줄이며 고군분투했으나 점점 더 어려워지는 주머니 사정에 선호는 직접 배달 라이더가 되어 배달을 다닌다. 입버릇처럼 “자영업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고 말하는 선호에게서 우리 사회 수많은 자영업자가 외치는 절규가 들리는 듯하다.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기는 자본주의 무한경쟁 시스템은 결코 약자를 뒤돌아보지 않는다. 약자는 각자도생으로 마주한 정글을 탈출하여 살아남기 위해 생존 전투를 벌일 뿐. 서로가 서로를 베고 도려내고 후벼 파는 이 전투는 낙오하지 않기 위한 저마다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 플랫폼 자본주의 작동 방식의 명과 암 휴대폰에 배달 앱을 다운받지 않은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배달 앱은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었다. 배달 앱과 배달 대행 플랫폼의 발달은 바쁜 현대인에게 빛이 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둠으로 자리 잡았다. 당일배송, 새벽배송, 총알배송….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배달 서비스. 배달되는 물건의 종류는 커피 한 잔에서부터 무거운 가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배달 안 되는 게 없는 신세계에서 살고 있는 지금. 하지만 플랫폼 서비스가 제공하는 편리성 이면에는 그 편리를 위해 땀 흘리며 죽어 가는 노동자가 있다. 배달 앱과 같은 플랫폼은 고객의 정보를 데이터로 저장하고, 여기에 노동자를 끌어들인다. 그러고는 고객과 노동자를 연결해 줌으로써 이익을 얻는다. 플랫폼에는 무수한 데이터가 이미 축적되어 있기 때문에 보다 많은 고객과 연결되기 위해 자영업자는 이 플랫폼을 거치는 방법을 택한다. 자영업자는 플랫폼에 직접 고용된 것은 아니지만, 마치 구속된 것처럼 그 안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동을 쏟는다.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착취의 굴레를 쓰는 것이다. 이제 플랫폼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쉽게 건드릴 수 없는 거대 공룡이 되었다. 『배달의 천국』에는 영세 자영업자를 착취의 구조로 밀어 넣는 이 플랫폼 자본주의의 어둠과 잠깐 기댈 벽조차 빼앗겨 버린 사회 약자의 초상이 함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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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차밍스쿨
저자:박혜영 / 출판사:아시아
사랑이 궁금하지 않는 세대,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시대의 거짓말 같은 공간 예비 신부 학교 ‘차밍스쿨’ 제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박혜영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차밍스쿨』. 예비 신부들을 위한 기숙 학교라는 가상의 공간 ‘차밍스쿨’을 내세워 현대의 성과 사랑, 결혼관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능수능란하게 펼쳐낸다. ‘도로시’는 오랫동안 왕래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뜻밖에 큰 유산을 상속받게 되고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구상하던 중 ‘차밍스쿨’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자신의 힘으로 세상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세상의 모든 커플들이 행복해지는 일”을 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진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첫 번째 교육생 7명을 받아 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차밍스쿨』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랑은 후회 없이 목숨 거는 거고 결혼은 후회하며 목숨을 이어가는 겁니다” 대담하고 신랄하게 사랑과 성, 결혼의 민낯을 이야기하는 사랑학 강의 솔직하고 통쾌한 여성들의 성장 서사 차밍스쿨에 입교한 일곱 사람, 유지원, 윤세라, 김보람, 김윤영, 허미리, 임슬기, 소시은은 저마다의 동기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차밍스쿨에 괜찮은 신붓감이 있는지를 탐색해줬으면 좋겠다는 중매쟁이에게 고용되어 온 아르바이트생, 적극적으로 차밍스쿨의 설립 취지에 감화되어 부모를 설득해 입교한 사람, 본인은 원하지 않았지만 가족들의 등쌀에 시달리다 들어온 사람이 있는가 하면, 쓰고 싶은 소설의 소재를 찾으려고 들어온 작가지망생도 있다. 다양한 개성과 욕망을 지닌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게 되면서 사랑과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하고, 저마다의 삶도 예상하지 못했던 국면을 맞게 된다. 차밍스쿨은 결혼을 앞둔 이들만이 아니라 결혼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한다. 입교생들은 규정상 그들의 어머니와 함께 수업을 듣는다. 어머니들은 그 수업을 통해 자녀들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받아들이는가 하면 억지로 이어온 자신의 결혼생활도 돌아보게 된다. 박혜영 소설가는 작가의 말에서 “『차밍스쿨』은 이 시대의 결혼문화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쓰고 있다. 연애도 결혼도 녹록지 않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남김없이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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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밤의 망루
저자:배이유 / 출판사:알렙
망루에 한번 올라오면 다음 주자가 정해질 때까지 아래로 내려가 땅을 밟을 수 없었다. 그게 파수꾼의 운명이었다. 표제작 「밤의 망루」는, 작가가 프란츠 카프카의 『성(城)』을 오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로 품고 있다가 쓴 소설이다. 「밤의 망루」에서는 고독한 망루에 홀로 서서 거대한 성을 지키는 파수꾼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임무를 안은 채, 어떤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홀로 성을 지켜야만 한다. 작가는 이를 두고 “불가항력의 본연적 임무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 안개로 휩싸인 적막한 공간에 발을 딛으며 헤맸다. 오리무중. 추상에서 구체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술회한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파수꾼의 삶은, 한 여인의 등장으로, 그리고 그녀의 탈주로 요동치게 된다. 파수꾼과 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그런 그녀가 파수꾼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가. 망루 위의 파수꾼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네 인생의 마무리는 멋지게 환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게. 자, 들어봐.” 작품집의 문을 여는 「검은 붓꽃」은 몸의 소리를 애써 부정하고 가두려던 시대의 이야기이자, 그런 시대를 살아온 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어리석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고, 무엇보다 두려워하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깊숙이 감춰진 성기를 드러내어 똑바로 바라보긴 처음이었다.” 작가는 한 사람 안에 고착된 고정 관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의 관습적인 시선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해서 그것을 실체라고 믿는 오류를 저지른다. 특히 그동안 여성들은 자기 신체의 주인 노릇을 못한 경우가 많았다. 작가는 질문한다. 과연 지금은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서 살고 있느냐고.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루를 선물하는 건 어때요. 작품집의 두 번째 이야기, 「홍천」은 어느 해 여름, 장의차처럼 검은 차를 탄 네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그날 서로 처음 본 그들은 강원도 홍천으로 가는 차에 동승했다. 과연 그들은 왜 홍천으로 가는가. 작가는 언젠가 홍천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 가기 전부터 어떤 정보도 없었음에도 ‘홍천’이란 장소로 소설을 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을 둘러보며 어떤 이야기가 자신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고 회고한다. 마치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내 안에서 흘러나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알아서 자기 길을 만들어 간 것이다.” 이순은 발가락 낱낱을 떼어 움직여주었다. 너희를 덩어리가 아닌 개별적 인격체로 존중할게.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부, 조금 더 정확히는 상운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이다. 한때는 그들에게도 “서로의 심장에도 반짝하고 불이 켜지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순과 상운은 “각자 다른 별”이 되었을 뿐이다. 어느 날 상운이 이순을 위한 선물로 사들고 온 어항 속 물고기를 보는 것이, 이순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넓지도 않은 집 안에서 이순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 사이라 해도 가장 가까이 밀착해서 산다 해도 서로의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눈치조차 못 채는 경우도 있다. 너무나 다른 성향이나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이 인내하지 않으면 가정을 건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작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밑의 가라앉은 속말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착하다, 천사 같다, 자애롭다, 자비롭다’ 같은 칭송 뒤에 가려진 불편함, 거북함. 지금도 순간순간 사라지고 있어. 코로나 시대, 점점 더 삭막해지는 사회 분위기와 단절된 관계 속에서 그래도 버틸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그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고 말한다. 「옛날에 농담이 있었어」에는 그런 작가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다. ‘경’과 ‘나’가 나누는 대화, 농담과 서로를 향한 시선, 마음. 그 속에서 우리는 모든 게 너무 빠르게 일회용품처럼 소비되고 버려져 ‘옛것’이라는 창고 혹은 ‘낡음’, ‘쓸모없음’이라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박제되는 고도로 디지털화되고 스피디하게 전환되는 시스템 속에서 살아가는 작고 연약한 것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꿈틀거리는 생명력, 야생성, 자유를 향한 갈망을 엿보게 된다. 모든 것들은 소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2022년 제2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는 상실한 것에 대한 그리움, 이별과 만남의 우연과 필연, 이어짐과 끊어짐의 반복, 영원과 순간. 찰나의 스침같이 반짝이다 스러지는 것들에 대한 록의 헌사이다. 실험적인 문체의 변화와 파격을 시도해 하나의 아름다운 화성의 울림으로 다가가고 싶었던 작가는, “누구에게나 있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 냈다. 가볍게 문장을 끊어버리는 콤마들, 단어의 무수한 반복, 그러는 순간 갑자기 길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짧은 들숨과 긴 날숨이라는 상처의 호흡법을 매력적으로 형상화했다. 이 작품은 마음이 가난한 시대, 우리에게는 어쩌면 실종된 누군가가 필요하며, 실종의 그리움이 우리를 견디게 한다는 성찰의 지점을 선사한다.”(심사위원 유익서·박향·권유리야) 시간은 흘러간 게 아니라 어딘가에 스며 있다 불쑥 나타난다. 시간은 사라지는 게 아니다. 「멈춘다 흐른다」는 얼핏 보면 전혀 연관성 없는 장면들을 갖다 붙인 듯한, ‘파편적 구성’을 취한다. 출근길 위를 흐르다 멈추다 하던 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토끼, 도로로 뛰어든 흰 고양이를 본다. 눈을 감았다 뜨는 찰나의 순간, 꿈도 아닌 어떤 장면이 스르륵 펼쳐지는 것을 경험한다. 과거에 바라본 풍경과 현재의 순간이 연결되고, 과거의 기억이 침투한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 지금 이 순간과 저 순간이 교차한다. 그렇게 작가는 “시간의 조각배에서 흔들리는 삶의 파편들”을 그려 낸다. 누구나 한 번쯤 “삶은 순간이고 허깨비”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장소, 현재라는 시간, 만져지는 감촉이 실체인지, 실재하는지 의심하고 혼란스러워 한다. 작가는 “그런 느낌을 동시성의 공간에서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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