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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텍스트

  • [신간안내] 원 그리기

    저자:신호철 / 출판사:문이당

    이 작품집에서 그리는 병리적 현실은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가족이나 사회적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다. 작가는 그 복잡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당하는 통각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포착하고 기술한다. 그리고 그것은 구체적인 병인病因을 통해서 인과론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소설의 문법 역시 대단히 논리적으로 전개된다. 물론 통각에 대한 명료한 표현과 병리적 현실에 대한 논리적 선명함은, 독자들에게 그 사태와 상황을 명쾌하게 파악할 것을 요청하는 나름의 소설적 방법일 것이다. 「원 그리기」의 주인공 정세림은 간호사이다. 세림은 헤어나기 힘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독에 빠져든 여자이다. 세림의 고통은 유년시절에 당한 오빠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데서 발원한다. 연놀이를 하다가 미루나무에 걸려버린 연을 오빠가 대신 내리려다가 추락사고를 당했고, 결국 오빠는 평생을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장애를 입고 말았다. 오빠는 나날이 몸만 비대해지면서 돈 먹는 하마가 되어버렸고, 그를 벗어나지 못하게 꼭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세림은 위내시경 검사 후에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 채로 운전을 해서 거제의 본가로 가다 결국 큰 사고를 당한다. 출혈과 골절을 입고 온몸에 통증이 파고드는 가운데서도 그는 이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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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안내] 파브리카

    저자:김지현 / 출판사:호밀밭

    김지현 작가가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등단 이후 써 내려간 작품을 모은 첫 소설집이다. 소설집 속 작품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전반부 작품들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수면 위로 올라온 해묵은 감정을 중심으로, ‘가족’이라는 우연한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후반부는 전염병이나 이상 기후와 같은 갑작스러운 ‘재난’ 속에 놓인 개인들의 모습에 주목한다. 전반부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탓에 움츠러들고 예민해진 인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후반부 작품들에서는 인물들에게 집 ‘밖’의 재난까지 더해져 상황은 더욱 위태로워진다. 한편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새 얼굴’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들은 가족의 내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얼굴로부터, 열패와 좌절의 얼굴로부터, 그리고 사람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기이하고 추한 얼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벗어나려 애쓸수록 그들의 몸을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옥죄는 ‘운명’ 앞에서 과연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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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안내] 꽃들은 말이 없다

    저자:박정선 / 출판사:푸른사상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향하던 대형 여객선이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전복되어 수학여행을 떠나던 학생들을 비롯해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 당시 정부의 부실한 대응, 해경의 소극적인 구조, 언론의 무책임한 오보 등은 전 국민을 분노와 비탄에 빠뜨렸다. 참사가 벌어진 그날, 바다를 가린 자욱한 안개처럼 진실은 깊은 바닷속으로 수장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기도 전에 거대한 파도에 희생된 아이들을 떠올리며, 박정선 작가는 이 소설을 썼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나’는 제사에 참석하러 고향 동거차도에 내려왔다가 뱃일하는 아버지를 돕기 위해 바다에 나가, 바다 폭포라고 불릴 정도로 물살이 센 맹골수에 휩쓸려 전복되는 여객선을 발견한다. 어선들이 달려들어 구조하려 했지만, 선장은 승객을 두고 무책임하게 탈출하고 구조대의 초동 대처 실패로 인해 여객선에 갇힌 수백 명의 목숨은 저 깊고 어두운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고향 땅에서,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사건을 목격하고 서울로 돌아온 ‘나’는 정치적 이념에 얽매여 유가족을 향해 비난과 공격을 퍼붓는 직장 상사와 분위기에 휩쓸려 이에 동조하는 동료들, 그에 맞서 싸우는 젊은 직원 이민구 사이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지금도 ‘세월호’라는 이름은 우리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 진실 공방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고, 진상 규명을 위해 고군분투한 유가족들은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냐’며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업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한 자본주의와 그것을 이끈 정치 권력이 참사의 원인이 되었다는 학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자본과 권력 앞에 인간의 존엄이 파괴당한 탓에 이제 막 꿈을 향해 발돋움하는 어린 청소년들이 하늘나라의 별이 되고야 만 것이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서 떨고 있을 꽃 같은 아이들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을 시인들은 당시 시로 묶어냈다. 그러나 소설은 많지 않았다. 무려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꽃들은 말이 없다」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 왜 그럴까, 소설이 왜 이렇게 늦게야 나왔을까? 작가는 너무 아파 차마 발표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끝내 작가적 소명 의식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했는데, 작가의 그 소명 의식은 곧 우리 모두의 소명 의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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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안내] 어둠의 연기법

    저자:정광모 / 출판사:강

    정광모의 신작 장편 『어둠의 연기법』은 주인공인 화성 연쇄살인범 ‘나’(두 건의 살인만을 저질렀다고 주장한다)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장면에서 소설을 시작함으로써 선행 텍스트의 영향을 아예 인물 내부로 던져 넣는다. 일종의 정면돌파라 할 만한데, 역설적으로 참신한 소설적 상상의 입구를 찾아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영화 「살인의 추억」은 단순히 현실 사건의 상상적이고 예술적인 외부가 아니라, 이미 그 자체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내부로 접혀 들어가서 현실 사건에 포함되고 그것을 사후적으로 재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선택은 충분히 수긍할 만한 것이기도 하다. 「살인의 추억」은 말 그대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구성적 외부이기도 한 것이다. 다른 한편, 영화가 개봉했을 때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진범 이춘재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게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어둠의 연기법』은 사건의 실재에 대한 독자적인 서사와 상상을 여투어둔 채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소설에서는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른 ‘나’와는 별개로 화성에서 훨씬 더 많은 살인을 저지른 도광수라는 존재를 상정한다. 그리고 ‘나’와 도광수의 조우를 특별한 서사적 사건으로 준비하여, 이로부터 악에 대한 ‘나’의 자기기만적 억견과 망상이 자라 나오게 만든다. ‘나’가 자신의 살인을 다룬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뒤 영화와 연기의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가 『어둠의 연기법』의 중심 서사를 이루고 있다면, ‘나’와 도광수의 이야기는 악에 대한 질문과 탐구라는 소설의 또 다른 목표를 향한 내밀하고 심층적인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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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안내] 섬섬옥수

    저자:김문홍 / 출판사:연극과인간

    1980년 〈수직환상〉을 시작으로 지금도 왕성하게 극작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김문홍의 여섯 번째 희곡집이다. 작가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부산 지역 극단들과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이 희곡집에는 ‘사랑 4부작’이라고 이름 붙인 네 편의 희곡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섬섬옥수〉는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것으로 부산 지역의 극단 한새벌에 의해 공연되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작품이다. 〈애끊다〉는 역시 부산 지역의 극단 이그라에 의해 공연된 작품으로, 아비인 영조와 아들인 사도세자의 애증에 읽힌 부자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섶자리〉는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섶자리’를 배경으로 가족 간의 혈육적인 사랑을 탐구한 작품이다.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는 조선 정조 치세에 광기와 저항으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과 예술혼을 다룬 야심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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